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한 전주지검은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이후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또 문 전 대통령 가족에게 특혜를 준 이상직 전 의원을 뇌물 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공범으로 입건된 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에게서 2억17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사위였던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취업해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받은 월급과 집세 등을 합한 금액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에게서 (딸 가족의) 태국 이주라는 특혜를 받은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서씨가 받은 월급도 정상 급여가 아닌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통해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이자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文 前대통령, 딸·사위 특혜 대가로 이상직에 중진공 이사장 줬다"

그래픽=양진경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사위 취업과 딸 가족의 태국 이주 등을 도운 대가로 2018년 3월 이 전 의원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주고, 2020년 4월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중진공 이사장 면직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없었다면 신속한 면직은 불가능했다”고 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문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이후 서면 조사를 요구해 검찰이 질문지를 보냈으나 한 달 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도 수차례 소환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문 전 대통령 가족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질의서를 받고 이달 말까지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알렸고, 답변서를 작성 중이었다”며 “검찰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조사나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벼락 기소를 했다”고 밝혔다.

◇경력 없는데 대표 월급 2배 주고 채용

검찰 조사 결과, 서씨를 채용할 당시 타이이스타젯은 임원을 채용할 상황이 아니었다. 검찰 측은 “항공기 운항을 위해 필요한 항공운항증명(AOC)이나 항공사업면허(AOL)도 나오지 않아 아무런 수익이 없는 회사였고, 임직원 채용 계획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전 의원은 타이이스타젯 대표에게 “월 급여 800만원, 상무 직급, 주거비 등을 제공하라”고 지시해 서씨를 채용한 것이다. 서씨 급여는 대표 월급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취업 후 서씨는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을 수행했고, 장기간 자리를 비우고 귀국하거나 재택근무라는 명목으로 출근하지 않은 적도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경호처는 2018년 6월 다혜씨 가족에 대한 태국 현지 경호 계획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

◇文, 딸 태국 이주 민정수석실 통해 관여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해 서씨 채용과 태국 이주 과정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혜씨 부부는 2018년 4~5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이었던 신모씨로부터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직원들을 동원해 준비한 태국 정보를 전달받고, 이주를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혜씨는 서씨가 채용되기도 전에 미리 태국 현지를 찾아 아들이 다닐 국제학교 위치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맨션을 주거지로 정했다. 다혜씨가 결정한 내용은 서씨의 임금 등에 반영됐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뇌물로 산 부동산, 靑 직원이 대신 등기

다혜씨는 서씨의 월급 일부를 자신 명의의 서울 양평동 다가구 주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혜씨는 2019년 5월 태국에 있으면서 대출 없이 7억6000만원을 주고 서울 양평동 다가구주택 한 채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부동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사전 답사를 했고, 특별감찰반장 신씨가 다혜씨의 위임장을 받아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대신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현재 조국혁신당 당직자로 근무 중이다. 매입 자금은 다혜씨가 태국 현지 경호처 직원에게 태국 밧화 등 현금을 여러 차례 나눠 주고, 환전해 자신의 국내 계좌로 송금하도록 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다혜씨는 1년 9개월 만에 이 부동산을 팔아 1억4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한편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례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 사건에서 “국회의원 공천은 대통령이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대통령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선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행위에 대해 금품이 제공되면,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 측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사위의 취업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민정수석실 관련자 누구에게도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총선 출마에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