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학 처분 과정에서 사유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으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퇴학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징계 대상자인 학생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위법하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고은설)는 최근 A군과 그의 부모가 “퇴학 처분을 취소하라”며 B학교장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및 취소 청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군은 2023년 당시 B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으로, 2023년 8월 학교 축제가 열리던 강당에서 문을 발로 차고, 무대에서 공연하는 여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같은 해 9월 퇴학처분을 받았다.
A군의 부모는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이같은 퇴학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 소송을 냈다. 먼저 이들은 “퇴학 처분서에 위반 항목(기본품행 미준수)만 기재돼 있을 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전혀 제시돼 있지 않아 행정절차법 제23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행정 처분을 할 때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특별선도위원회가 퇴학 처분을 결정할 때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A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별선도위에서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나 설문조사에 적힌 내용과 피고가 징계사유로 삼는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이어지다가 뒤늦게 처분 사유를 정리했다”며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아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퇴학을 결정한 특별선도위에서는 재적 위원 7명 중 찬성 4명으로 의결했는데, 이는 출석위원 2/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학교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라며 퇴학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축제 과정에서 원고가 행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며 퇴학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A군 측 주장은 받아들이진 않았다.
한편 A군 측은 퇴학당하기 직전 교칙을 위반해 출석정지 5일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무효 및 취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