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관계자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을 29일 동시에 소환했다. 지난 2021년 보궐선거 당시 명씨와 오 시장의 관계를 집중 수사 중인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의 대질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이날 오전 9시 52분쯤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사랑하는 아내와 제 여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명씨는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을 몇 번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증인과 증거가 있는 만남은 7번, 그 이상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 시장과 관련된 수사 꼭지가 20개”라며 “그 분이 기소될 사안이 20건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명씨는 이 시기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공표 여론조사를 시행한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와 언론사를 연결시켜준 고리로 지목된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명씨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여부를 묻자 “공천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다 추천했고 그게 이뤄졌으면 공천개입이고 안 이뤄졌으면 아니다”며 “검찰이 압수수색을 많이 했고 참고인을 불렀기 때문에 그 부분은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명씨는 김 여사가 자신에게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공천을 도와주라고 했다는 취지의 기존 주장을 한 번 더 언급했다. 명씨는 김 여사와의 전화 통화에 대해 “김 여사가 김 전 검사를 좀 챙겨주라고 말하고, 김영선한테 ‘요번에 참고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타진한 것”이라며 “영부인이 (집권) 2년 차에 전화가 와서 이런 부분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 때 창원의창구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컷오프 당했다.
명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엔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도 “저한테 온 분들은 다 제 고객이다. 어떤 문제점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 그때마다 제가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기분 나쁘면 헬기를 계속 띄우면 되겠느냐”며 “저는 윤 전 대통령, 김 여사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의원도 함께 소환해 명씨와 오 시장 사이의 만남이 있었던 정황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명씨를 오 시장 캠프에 처음 소개시킨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오 시장 관련 질문에 대해 답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정치자금법 위반‧횡령‧사기 혐의로 고소‧고발했다고 밝혔다. 강씨가 2022년 보궐선거 당시 선거자금 6500만원, 정치자금 6000만원을 가져갔고, 선거보전비용 9700만원도 횡령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명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오 시장을 소환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