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학 교육 평가 인증 정기·중간 평가에서 원광대 의대가 불인증 후 1년 유예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의학교육계에서는 “다음 달 있는 ‘의대 증원 평가(주요변화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대학이 다수 생겨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의평원은 ‘2024학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정기·중간평가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은 교육부 평가인증 기관으로 지정된 의평원이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을 점검하고 ‘인증(6년·4년·2년)’ 또는 ‘불인증’을 판정하는 평가다.
인증 후 2년 주기로 돌아오는 이번 중간평가에서 원광대 의대는 불인증 후 1년 유예 판정을 받았다. 인증을 얻지 못한 의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 따라 다시 인증을 얻기 전까지 신입생을 뽑지 못한다. 다만 의평원은 불인증을 부여하고 확정까지 1년을 유예해 준다. 이에 따라 원광대는 의평원이 지적한 사안을 보완해 올해 재평가를 받아 인증을 회복하면 된다. 재평가에서마저도 불인증을 받으면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할 수 없다.
과거 서남대 의대가 2017년 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을 받고 이후 재평가를 스스로 포기해 이듬해 폐교된 바 있다. 다만 서남대 의대는 당시 재정 악화와 재단 비리 의혹 등으로 의평원 기준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으로, 원광대가 이처럼 재평가에서도 불인증을 받아 신입생 모집이 정지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번에 원광대와 함께 중간 평가를 받았던 강원대, 건국대, 경상국립대, 고려대, 동아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제대, 인하대, 전남대, 전북대, 중앙대, 차의과대, 한림대 등 나머지 14개 의대는 인증 판정을 받았다. 올해 2월 28일 기존 인증이 만료돼 정기평가를 받은 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경희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도 모두 인증을 받았다.
의평원은 “중간 평가 대상 의대·의전원 대부분은 2020년도 또는 2022년 정기 평가를 받을 당시 교육 과정과 교육 여건이 같거나 개선됐으며 평가 인증 기준을 충족했다”며 “교육의 질 관리 기능이 미흡해 대학이 평가 인증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원광대가 의평원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으며 의학교육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말쯤 이번 정기·중간 평가와 별개로 ‘의대 증원 평가’(주요변화평가)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의학 교육에 큰 변화가 있는 대학을 대상으로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의평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따라 종전 대비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대상이 30개 의대는 작년 11월 30일 주요변화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했다.
이번 정기·중간 평가는 2024학년도 이전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지만, 주요변화평가는 각 의대가 2025학년도 이후 증원 상황에 대비해 교육 여건을 잘 마련했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대상이 다른 것이다.
한 의대 학장은 “기존 정기·중간 평가 기준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대학도 주요변화평가에서는 불인증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대 정원이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많이 늘어났으나 아직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요변화평가 역시 불인증을 받고 재평가에서도 탈락한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