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일본, 대만 등 각국 정부와 지자체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시행을 놓고 정치권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부 재정으로 일부 지역 학교들에 AI 교육 시범 프로그램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 체험 학습 일정, 국가 교육과정 맞춤 학습 등을 제안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 교사가 학생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지난해 6월 학교 영어 수업에 생성형 AI를 탑재한 단말기를 도입했다. AI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문장 및 발음을 교정받는 맞춤형 수업을 진행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회화 실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만도 정부가 구축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AI를 활용한 학습 진단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행동을 분석하고 맞춤형 학습 계획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 교과서 도입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AI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만 이어지고 있다. 박만구 서울교대 교수는 “AI가 여러 분야에 도입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데, 교육만 예외로 안 된다고 하는 건 우리나라가 앞서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AI 교과서가 학생들의 문해력을 떨어트리는 등 현장 교사들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의무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AI 교과서를 의무 사용에서 학교장이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 자료로 지위를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자, 지난달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야당이 법적 수단 동원을 예고하는 등 AI 교과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1년간은 학교들이 AI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고 밝혔지만, AI 교과서 발행사들 사이에선 “채택률이 10%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신학기 모든 초3·4(영어·수학), 중1·고1(영어·수학·정보) 교실에 AI 교과서를 도입하려 했었다. 교육부 측은 “자율적으로 AI 교과서를 사용할 경우 채택률이 1학기 30~50%로 시작해 2학기 70~8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