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만들어내면, 교사는 다시 AI에 ‘이 과제물에 AI가 얼마나 관여했어?’라고 물어요. 이게 올바른 일인가요?”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Bett Show)’에서 만난 영국 중등학교 사회 교사 사라 기본스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 박람회만 5번째 왔다는 그는 “올해 전시된 거의 모든 에듀테크 제품에 ‘AI에 의해 작동되는(powered by AI)’ 문구가 쓰여 있어 놀랐다”며 “교육자들이 이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는 게 맞는가”라고 했다.
전 세계 교사 등 3만명이 넘는 교육계 인사가 모인 벳쇼 현장에선 ‘AI가 교육판을 뒤흔드는데, 상당수 교사는 이를 교육에 쓸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영국 시장 조사기관 퓨처소스컨설팅에 따르면, 유럽 교사의 약 4분의 1이 AI에 대해 전혀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벳쇼에는 22~24일 3일간 ‘AI에 대한 윤리적 고려’ ‘AI 이용법’ 등을 주제로 한 강의만 58개가 이어졌다. 이 분야 권위자인 로즈 러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의 ‘AI, 빨리 배우고, 천천히 행동하세요’ 강연엔 3000명 넘는 이가 몰렸다. 러킨 교수는 “AI라는 ‘종마’가 학교를 휩쓸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교육자가 ‘마구(馬具)’ 잡는 법을 배우라”며 “실제 AI는 사람들 생각만큼 지능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AI는 인간처럼 생각하기에 앞서 통계적 확률에 따라 정보를 조합해 유용한 텍스트를 만들어주는 ‘보조적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란 것이다. 그는 “이 보조적 존재가 그간 기술 문제로 ‘암기식’에 머물렀던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AI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AI를 이용한 사고 능력 강화 방법을 학습하는 ‘AI 문해력’이 학교 교육 과정에 추가돼야 한다”고도 했다.
‘AI vs 교육’을 주제로 강연한 더그 델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는 “AI 같은 신기술을 학생들이 오남용하는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라며 “1990년대 CD롬, 2000년대 검색 엔진과 위키피디아 등장 등이 당시 교육자에겐 혼란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 교육의 질을 진보시켰지 않느냐”고 했다. 델파 교수는 “교육자는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이에 알맞은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학생에게 문서로 된 과제만 제출받지 말고 과제 작성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프로세스 문서’도 함께 받으라고 조언했다. 또 문서만으로 학생의 성취를 평가하기보다, 학생의 구두 발언에 높은 평가 비중을 두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