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비평준화 시절 서울 5대 명문 공립고등학교였던 경동고의 총동창회가 ‘모교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경동고 학급 수가 줄어들자, 총동창회에서 지난달 ‘학급 축소 반대’ 시위를 진행한 데 이어, 최근 ‘학생 유치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동고 총동창회는 관내 중학생들에게 경동고 투어와 함께 입학 설명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동고는 지난해 한 학년마다 8개 학급이 있었는데, 올해 1·2학년은 1학급씩 줄여 각각 7학급을 운영한다. 올해 정교사 배정이 작년보다 4명 줄고, 신입생이 173명에서 147명으로 줄어든 여파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서울지역 고교 1학년 학급 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재작년 2001개에 달했던 서울지역 고1 학급수는 올해 1777개로 줄어들었다.

1학년 뿐 아니라 2학년 학급 수까지 줄어든 것은 경동고에 매년 30여명의 야구 특기생이 대거 입학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 10명 안팎의 주전 선수로 선발되지 못하면 대부분 2학년이 되기 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동고는 모든 학년에 특수 학급이 1개씩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입학 정원보다 적다.

그러자 총동창회는 “모교가 존폐 기로에 처하게 됐다”고 판단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김태빈 경동고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학급이 축소되면 내신 받기가 불리해져 관내 중학생들에게 경동고는 진학 희망 학교 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그러면 교육청은 교사 정원 감소로 학급을 줄일 때 다른 학교보다 경동고 학급 수를 먼저 더 많이 줄이는 악순환이 앞으로 반복되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총동창회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동고 동문들이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모교 학급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경동고 총동창회

경동고 총동창회는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급축소를 막아달라며 3차례 시위를 벌였지만, 교육부와 행정부, 교육청에서 올해 교사 정원 배정 및 학급 수를 확정해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총동창회는 학생 유치 TF팀을 만들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경동고 지원율을 늘리기로 했다. 경동고로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들을 늘려, 내년엔 학급이 축소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순 경동고 총동창회 회장은 “학교와 별개로 총동창회가 직접 입학 설명회를 열어 1억5000만원가량의 총동창회 장학금이 경동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지 등을 홍보할 생각이며, 관내 중학생들에게 교내 천문대·클라이밍장 등 우리 학교에만 있는 시설을 보여주는 경동고 투어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TF팀은 경동고 출신 성악가와 기타리스트 등이 공연하는 경동고 음악제에 동문뿐 아니라 인근 중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초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동고 총동창회가 모교 살리기를 위해 '학생 유치 TF'를 만들어 경동고 교장을 찾아간 모습. /경동고 총동창회

김 회장은 “지난번 서울시교육청 앞 시위 때 1000만원을 후원해주신 선배도 계셨다”며 “모든 동문들이 모교 살리기에 뜨거운 열정을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경동고는 고교 비평준화 시절 경복고와 경기고, 서울고, 용산고와 함께 서울 5대 명문 공립고로 꼽혔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가수 조용필 등이 경동고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