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우 동아대 총장./동아대
이해우 동아대 총장./동아대

“제적·유급한다고 엄포를 놓는 게 아니라요. 올해는 진짜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가 없습니다. 의대생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여전히 수업 거부를 이어가는 의대생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1일 연세대·고려대 의대 등을 시작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1학기 등록 마감 기한이 속속 도래하고 있다. ‘미등록 집단 휴학’을 고수하던 연세대 의대생들의 55%가 등록하는 등 1년 넘게 이어져 온 ‘의료계 단일 대오’는 사실상 무너졌다. 정부와 대학은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제적되며, 내년도 모집 인원을 증원 전(3058명)으로 돌리는 ‘조정안’도 철회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집단 휴학’을 관철하거나, 제적을 피하려 등록만 하고 수업은 안 들어오겠다는 학생도 많다. 이들 대다수는 정부와 대학이 올해도 작년처럼 결국 휴학을 받아주고 불이익을 면해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총장은 “올해는 작년과 달리 불이익을 면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수차례 호소해도 믿지 않는다. 집단 최면에 빠진 것 같다”며 “이러다 학생들은 집단 유급·제적되고 어렵게 얻어낸 ‘3058명’ 조정안도 물거품이 되는 최악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의총협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대생 복귀와 의학 교육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6월 전국 의대 40곳 대학 총장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 총장은 사립대 대표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국립대 대표로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학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증원을 철회하잔 의대 학장들의 ‘조정안’을 대학 총장들과 정부가 수용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 총장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올해는 왜 작년처럼 휴학을 받아줄 상황이 안 되나.

“작년은 휴학을 한 차례 받아줘도 올해 어떻게든 교육은 가능하니 학생 보호를 위해 한 발 물러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휴학을 받아주면 내년 전체 1학년 의대생만 1만명 넘는다. 교육 불능 사태다. 이걸 알면서 또 집단 휴학을 받아주는 건 불가능하다.”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40개 대학 총장들이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고 21일까지 반려 완료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경기도 내의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 전공서적과 가운, 청진기가 놓여져 있는 모습./뉴스1

-그래도 결국 의대생 상당수가 안 돌아오면 정부나 대학이 버틸 수 있나.

“대학 40곳 총장 모두가 올해는 학칙에 따라 제적·유급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교육부 입장도 완강하다. 학내 반발도 크다. ‘왜 의대에만 돈 쓰고 의대생만 특혜를 주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의대 총장이 아니라 대학 총장이다. 더 물러날 수가 없다. 지난 7일 ‘증원 0명’ 조정안을 발표하며 대국민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무를 수도 없다.”

-사립대 총장들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0명’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안다.

“의대 학장들이 ‘내년도 증원을 철회해 학생들을 복귀시키자’고 했을 때 저뿐 아니라 사립대 총장 대다수가 반대했다. 정부 지원이 없는 사립대들은 의대 증원에 대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았다. 이미 의정 갈등으로 피해가 막심한데 또 대학이 큰 손해를 보는 해결책을 내놓으니 경영인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입는 손해는 어떤 것이 있나.

“증원은 우리 의대 구성원과 지역사회 숙원 사업이었다. 동아대 병원의 규모에 비해 의대 규모는 정원 49명에 불과한 ‘미니 의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드디어 의대 정원이 100명으로 늘어 아끼지 않고 예산을 쏟아부었다. 의대동 신축에 75억원을 썼다. 의대생들 건물을 하나 더 주려고 간호대를 80억원 투입해 이전할 계획이다. 해부학 실습실과 강의실 리모델링에도 수억원을 쓰고 있다. 수업 거부로 무의미하게 소진되는 기초 의학 교수 등 인건비가 지금까지 수십억 원이다.”

-그런데도 ‘증원 0명’을 받아들인 이유는.

“의대 학장들에 이어 의료계 원로들까지 나서서 조정안을 받아들이라고 하니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한쪽이 큰 손해를 감수하고 한 발 물러났으면 최소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는 시도하는 게 ‘협상 룰’ 아닌가. 필수 의료 패키지 철회 등 조건을 정부가 다 들어줄 때까지 대학은 계속 손해를 보고 학칙에 어긋나는 특혜도 주라고 하니 막막하다.”

-동아대의 의대생 복귀 상황은 어떤가.

“의대생 약 400명 전원이 올해 등록과 복학 신청을 마쳐서 다행히 당장 제적 위기인 학생은 없다. 지난 2월부터 세 차례 의대생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했다. 올해 복학 신청을 안 하면 ‘미등록 제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강하게 설명했다. 덕분에 전원이 복학 신청을 한 것이다. 학칙에 따라 작년 휴학한 학생들의 등록금은 올해로 이월됐다.”

-간담회 분위기는 어땠나.

“의대생들은 40개 의대가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학교마다 학칙이 다르고 학생들에 대한 처분도 다 다르다. 이런 점을 학생들은 정확히 알고 고려해야 한다.”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학생들이 복학 신청을 하면서 동시에 수강 신청도 했는데, 몇 주 전 갑자기 단체로 취소했다.”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학생들은 어떤 처분을 받나.

“3월 31일까지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학생은 ‘유급’이다. 동아대는 의대생이 공부를 끝마쳐야 하는 ‘재학 연한’이 있다. 교육과정이 2년인 예과생은 3년, 4년인 본과생은 6년이다. 재학 연한에 걸리면 ‘제적’된다. 현재 1학년인 24·25학번은 올해 수업을 거부하면 유급되고, 내년에 단 한 과목만 F를 받아도 ‘재학 연한’에 걸려 자동 제적이다. 1학년은 재입학도 불가능하다.”

연세대 의대가 학생 881명 중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 398명(45%)에게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한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연세대는 미등록자를 오는 28일 제적 처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학생들은 학칙에서 인정하는 ‘개인 사정’으로 휴학한다고 적어냈으니 학교가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학생들이 단체로 낸 휴학 신청이 집단 휴학이란 것을 모르는 이가 대한민국에 있는가. 상식선에서 논쟁해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나.”

-올해 학생들 분위기에는 변화가 있나.

“작년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정부와 대학이 한 발 물러서면서 학생들도 ‘이 정도면 이제 수업에는 복귀하고 협상에 나서자’는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연세대 등에서도 학생 절반 이상이 등록을 했다고 본다.”

-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학생들은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불이익을 받는다. 학생들 피해 보는 걸 막고 싶지 않은 총장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이제 더는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학생들은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현실적인 판단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

동아대 금속공학과 학부·석사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부산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7년 동아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에 임용됐다. 동아대 학생처장·교무처장 등을 지냈고, 2020년부터 동아대 총장을 맡고 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 함께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 협의회’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