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미등록 의대생은 올해는 정말 구제 방안이 없습니다.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의학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이 “모든 총장들이 복귀 의대생들의 ‘대변인’ ‘후견인’이 되기로 했으니, 학교로 돌아와 대화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전국 4년제 대학 197곳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각 의대가 복귀 마감 중이다.
“일부 대학에서 많은 학생이 등록한 건 의미 있는 변화다. 모든 의대생이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절반 이상 학생이 돌아온다면 교육은 가능하고 국민들도 ‘의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마감 기한이 남은 대학에서도 복귀 행렬이 이어져야 한다.”
-제적을 피하려고 등록은 하지만 수업은 거부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籍)은 유지하고 수업에 안 나온다는 건 모순 아니냐. 학생들도 성인이다. 성인은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이행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법치국가의 근간은 법이고, 대학은 학칙에 따라 운영된다. 예외가 생기면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과 대학이 보게 돼 있다. 올해는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대학 총장들이 뜻을 모았다.”
-의대생들은 늘어난 학생들을 교육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한다.
“24학번을 5.5년으로 압축적으로 교육시켜 25학번보다 6개월 먼저 졸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의학 전문가들이 근거 없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학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교원도 늘리고 시설도 확충했다. 올해 돌아오는 학생들을 모두 다 잘 교육시켜 의사로 배출시킬 수 있다. 믿어 달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정부가 열악한 수련 환경을 방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졸업 후 수련 과정에서 중노동과 낮은 임금으로 고생해왔다. 이런 부분들을 교육자로서 깊이 살피지 못했다. 사과한다. 이제 총장과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기로 했다. 일회성에 그치는 건의가 아니다.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말하겠다. 변화가 하루아침에 생기길 바라면 안 된다. 학생들은 이제 학교로 돌아와서 수업을 들으며 대화를 해야 한다. 총장, 교수들이 의대생들이 원하는 점, 서운했던 것들을 정부에 말하는 대변인이 되어 주겠다.”
-복귀 의대생들이 커뮤니티에서 왕따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데.
“교수들과 함께 ‘복귀 의대생들의 대변인, 후견인이 되자’고 이야기했다. 의대생들의 생각을 정부에 알리고, 의대생들을 보호해 주겠다. 교수들이 따돌림에 대해선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며, 학생들이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의학 교육 정보(일명 ’족보‘)‘를 학생회가 아니라 학교가 제공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복귀를 망설이는 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하는 학생들이 1년을 버렸다. 국가적 낭비다. 이 사태가 길어지면 학생 개인과 사회 모두에 막대한 손해다. 의대생들은 인류에 대한 봉사를 꿈꾸고 의학도 길을 택한 이들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한다는 사명을 제발 되새겨 달라.”
☞양오봉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1995년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2023년 전북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