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 /뉴스1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 /뉴스1

서울대 의대 본과 1~4학년생이 사실상 전원 수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주요 의대에서 본과생을 중심으로 교실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전국 의대 수업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본과생 580명 중 일부를 제외하고 수강 신청을 해 수업 복귀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2년을 거친 뒤 본과 4년으로 구성되는데,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은 본과생은 5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학사 원칙에 따라 유급 처분을 받는다.

또 서울대 의대 본과 3·4학년은 수업 거부 방침을 철회하기로 한 데 이어 1년가량 활동해 온 의정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의정 갈등 대응 TF는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전국 의대 40곳 학생들이 학년별로 만든 모임으로 동맹 휴학 등 단체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저학년인 예과생(1·2학년)은 여전히 수업 복귀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수업 거부 움직임을 이어가는 영향으로 보인다. 각 의대는 수업 운영 상황 등을 감안해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모집 정원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그나마 본과생 복귀가 늘고 있어 아직 복귀 여부를 정하지 못한 예과생들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 안에 모든 의대 수업 정상화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연대, 수업거부 의대생 ‘유급 예고’… 부산대, 제적도 검토

서울대 등 주요 의대를 중심으로 본과생 수업 복귀가 늘고 있다. 특히 학기 수업 대부분이 임상 실습인 본과 3·4학년의 복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국 의대 상당수가 이번 주부터 대학 병원 내 실습을 시작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전체 실습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빠질 경우 수업 성적과 관계없이 유급 처리된다. 실습 불참으로 유급되는 본과생은 의사 면허 자격 시험인 국가고시에도 응시할 수 없다.

서울대 본과 3·4학년생들은 수업에 복귀하는 동시에 지난 1년 동안 활동해 온 ‘의정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의정 갈등 대응 TF는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전국 의대 40곳의 학교별 투쟁을 위해 조직했다. 하지만 본과 고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수업 거부 투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면서 TF 활동 중단 결정까지 내린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수업 복귀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주요 대학의 의정 갈등 대응 TF도 속속 해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수강 신청을 하지 않고 수업 복귀를 하지 않는 일부 본과생이 있어 유급 처분을 받는 의대생도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7일 수업 복귀를 하지 않은 본과 4학년 48명에게 문자 메시지로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냈다. 이는 본과 4학년(군 입대 휴학 35명 포함 총 127명) 중 약 38%다. 이들은 지난주 진행한 사전 실습 수업에 불참하는 바람에 유급 대상 명단에 올랐다. 다만 연세대는 이번 주까지 유급 예정 본과생에게 이의 신청을 받은 뒤 의대 학장이 주관하는 진급 사정 위원회를 거쳐 오는 15일 유급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복학 사태 당시 390여 명이 제적 통보를 받았다가 1명을 제외하고 전원 복귀한 것처럼 최대한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한 서울 사립대 고위 관계자는 “연세대 의대생들이 최근 복학 의사를 밝혔다가 온라인에 명단이 유출돼 학교 선배, 동료들에게 공격받은 적이 있어 다른 학교보다 수업 복귀를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일부 대학에선 수업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제적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대는 이날 의대생들에게 ‘학사 안내’ 문자 공지를 보내 “7일이 수업 일수의 3분의 1이 되는 시점”이라며 “수업 미참여 시 출석 미달에 따라 F학점·유급이 확정된다”고 안내했다. 부산대는 1학기 개강일인 지난달 4일부터 수업 일수에 넣고 있어 7일이 유급 여부가 정해지는 수업 출석 3분의 1이 된다. 부산대는 재학 연한 초과로 제적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학생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측은 “재학 연한 초과 학생은 수업 불참 시 미등록 제적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무단으로 수업에 불참할 경우에 대한 추가 징계 규정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이번 주에 대부분 의대에서 본과 4학년의 유급 여부가 결정되고, 향후 시차를 두고 다른 학년도 유급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원칙대로 유급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 장기 휴학을 사실상 용인한 ‘학사 유연화’와 같은 특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과 3·4학년이 교실로 돌아오는 추세가 확실한 만큼 예과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국 의대 수업 복귀 상황을 지켜본 후 오는 30일까지 내년 의대 모집 정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수업이 가능한 선에서 의대생이 돌아왔다고 판단될 경우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증원 없는 ‘3058명’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의대 예과·본과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뉜다. 예과 1·2학년은 주로 일반 교양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들으며 기초 수준 의학 교육을 받는다. 본과생부터 본격적인 의학 전공 과목을 배우며 본과 3·4학년은 실습을 중심으로 수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