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학교 곳곳에서 조리원들이 쟁의 행위에 들어가 급식이 부실해지거나 아예 운영이 중단되는 등 ‘급식 파동’이 벌어진 데는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 지부가 직종 교섭에서 학교 방학 기간에도 조리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교육청이 “없는 일을 만들어 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혀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18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6월 학비노조는 교육청에 ‘직종 교섭 요구안(조리원)’을 내며 요구 사항 18가지를 제시했다. 교육청은 이 중 특히 ‘방학 중 비근무자를 상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항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대전교육청은 현재 조리원 1408명을 무기 계약직인 교육 공무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급식이 필요 없는 방학 기간에는 근무하지 않아 임금을 받지 않는다.
학비노조 측은 “조리원 생계권 보장 등을 위해 방학 기간에도 근무하도록 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리원들이 노동 강도에 비해 월 200만~300만원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는데 방학 기간 근무하지 못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교육청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방학 기간 급식이 없는데 각 학교 10명 안팎 조리원 업무를 억지로 만들려야 만들 수가 없다”며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학 기간 조리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대전교육청 예산을 연간 약 60억원 더 들여야 한다.
이외 학비노조는 직종 교섭에서 조리원 기본급 유형을 종전 ‘2유형’에서 영양사 등이 속한 ‘1유형’으로 전환해 월 급여를 약 20만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직무 보조비 월 15만원 지급’ ‘조리 공정 간소화’ ‘식재료는 전처리, 반조리 제품 우선 구입’ 등도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전교육청이 난색을 보여 교섭이 결렬되자 대전 지역 조리원들은 지난 2월부터 쟁의 행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 조리원 파업 등으로 급식이 중단되거나, 재료 손질 거부로 ‘미역 없는 미역국’이 나오는 등 급식 파동이 계속되고 있다. 한 고교 교장은 “2010년 직영 급식이 법으로 의무화되고 조리원들을 교육 공무직으로 대거 전환하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아이들을 위한 급식이 노조의 주요 투쟁 수단이 되는 현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