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용구 법무차관(당시 변호사 신분)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다음날 서초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이 차관은 경찰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는데,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를 찾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7일 오전 11시 12분쯤 서초경찰서 형사당직팀 사무실을 찾았다. 11월 6일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한 지 반나절 만이다.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살피고 있는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진상조사단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이 서초서를 찾은 건 단순히 유실물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서초서 담당 형사는 이 차관에게 7일 오전 10시쯤 “9일 오전 10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택시 안에 놓고 간 물건은 형사당직 데스크에 맡겨 놓을 예정이니 수거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 문자를 받고 이 차관이 서초서 형사당직팀 사무실을 방문해 당직 직원에게 유실물만 수령하고 갔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CCTV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며 “이를 전후해 경찰을 접촉하거나 연락을 취한 건 없고 이 차관이 서초서를 방문한 시점은 피해자 조사 전이고 담당 형사도 야간 당직 후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유실물을 찾은 뒤 택시기사를 접촉했고, 다음날인 11월 8일 택시기사와 합의를 했다. 이어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12일 이 차관을 소환하지 않은 채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이 다 돼가고 있지만, 의문점은 계속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이 차관이 단순한 변호사 신분으로 유력인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서초서 서장, 형사과장 등이 이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 유력인사라는 걸 알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진상조사단은 이 차관을 소환 조사하고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차관은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