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 기한이 지난 중앙아시아 출신의 여성 외국인 근로자 C(32)씨는 지난 해 4월 경기도 안산시 한 단독주택 공사장에서 일했다. C씨는 작업 중 남 몰래 현장에 세워진 대리석 판을 넘어뜨려 자신의 오른손 약지를 덮치게 했다. 그 결과, 그의 오른손 약지의 손톱 마디가 잘렸다.
C씨는 이후 산재 신청을 해 휴업·요양 보험금 1500만원을 타냈다. 또 국내에서 치료를 하며 머물 수 있는 산재비자(G-1-1)를 발급 받아 국내에 체류하며 돈을 계속 벌 수 있게 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C씨처럼 고의로 손가락을 절단하는 등 수법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해 체류 허가를 연장하고 보험금을 타낸 외국인 14명과 이들이 ‘자해(自害) 산재 사기’를 벌이도록 기획하고 도와준 브로커 A(44)씨 등 2명을 붙잡아 14명을 구속하고 외국인 근로자 2명을 추방조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2년 간 경기·충청·경남 등 전국 곳곳의 식당, 공사 현장 등에서 일하던 외국인 중 체류 기간이 다 끝나가거나 지나버린 14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손가락·발가락 등 자신의 신체를 훼손한 뒤 산업재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 요양신청서를 제출해 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타내도록 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 A씨는 모두 같은 국적인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이 알음알음으로 연결돼 연락이 오면 도끼·돌로 손가락 등을 내리쳐 작업 현장에서 다친 것처럼 하라는 등의 방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실내 인테리어나 음식점 등 허위 사업장을 만들어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경찰은 “이처럼 확인이 힘든 소규모 허위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했다고 신고하는 수법 때문에 산재공단이 진위를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행정사 사무실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인을 통역 역할로 쓰며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런 대가로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건당 800만∼1500만원을 수수료로 받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외국인 근로자 C씨의 경우 브로커 A씨에게 수수료로 1100만원을 줬다”며 “이같은 수법으로 외국인 근로자 14명이 받아낸 요양·휴양급여는 총 5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