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전쟁 난 줄 알았습니다. 죽은 사람 없는게 천만 다행이에요.”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에서 만난 주민 천만호(68)씨는 멍한 표정으로 박살 난 집을 쳐다봤다.
이 동네에는 이날 오전 10시 5분쯤 MK-82 폭탄 8발이 떨어졌다. 한미 연합 훈련에 투입된 공군 전투기가 오인 폭격한 것이다.
그는 “20m 밖에 폭탄이 떨어졌는데도 지붕이 무너지고 창문도 다 깨졌다”며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사고 당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폭탄이 떨어진 순간 반경 8~10m에서 화염과 뿌연 연기가 치솟았다. 나뭇가지와 파편이 튀는 모습도 보인다.
당시 마을에서 약 1㎞ 떨어진 가게에 있었다는 A씨는 “‘쾅’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땅도 흔들렸다”고 했다.
노곡2리는 390가구 758명이 사는 마을이다. 주변에 아시아 최대 훈련장인 승진 훈련장 등 군 훈련장이 많다. 이날 승진 훈련장 일대에선 한미 연합 훈련이 있었다.
폭탄 8발이 떨어진 노곡2리 승진성당 일대는 전쟁터 같았다. 성당과 주택 5채,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등이 파손됐다. 거리 곳곳에 폭탄 파편, 유리 조각 등이 깔렸다. 김영학 노곡2리 이장은 “폭탄을 정통으로 맞은 집은 없었다”고 했다. 당시 주민도 대부분 승진성당에서 170m 떨어진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주민 2명이 중상을 입고 13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중상자 2명은 1t 트럭을 타고 성당 근처를 지나가다 사고를 당했다. 달리던 트럭 앞쪽에 폭탄이 떨어졌다. 트럭 운전자 장모(60)씨는 폭탄 파편이 오른쪽 어깨에 박혔다. 트럭 유리창도 완전히 깨졌다. 주민들은 “조금만 더 빨리 달렸다면 큰 변을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한다. 장씨의 아들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인들이 제정신이냐”고 했다.
주민 50여 명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에서 지내고 있다. 주민 오선길씨는 “주변에 훈련장이 많아 평소 포 소리, 총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실제 폭탄이 떨어진 건 처음”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작은 소리에도 불안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