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미연합훈련중이던 우리 공군 전투기의 오폭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폭탄이 떨어진 곳 근처를 지나던 1t트럭 운전자 장모(60)씨는 “눈 떠보니 구급차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장씨는 공군 전투기 KF-16에서 MK-82 폭탄 8발이 비정상 투하된 오전 10시 4분쯤 당시 1t트럭을 몰고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승진성당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사고 당시가 담긴 방범카메라 영상을 보면, 장씨의 트럭이 성당 근처를 지나는 순간 폭탄이 떨어지면서 인근 반경 8~10m 지역에 새빨간 화염과 뿌연 연기가 치솟았다. 나뭇가지와 파편이 튀는 모습도 보인다. 다행히 폭탄이 트럭에 직접 떨어지진 않았지만, 파편이 튄 것으로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조금만 빨리 갔어도 큰 변을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장씨는 동생 장동찬씨에게 “차를 운전하던 중 ‘꽝’ 소리를 들은 뒤 기억을 잃었고, 깨어보니 구급차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장씨의 아들 장영훈(40)씨는 “아버지의 오른쪽 어깨와 목 사이에 폭탄 파편이 깊이 박혀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장씨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군부대 시설을 정비하는 업체에서 일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에도 업체 차량인 트럭을 운전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차량에 탄 나머지 2명 중 1명도 어깨골절상 등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1명은 경상으로 분류됐다. 아들 장씨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군인들이 지금 제정신인거냐”고 했다.
390세대, 758명이 사는 조용한 마을이었던 노곡2리는 이날 말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바닥 곳곳에는 폭탄의 파편이 흩뿌려져있어 사고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을 곳곳 건물에 있는 유리창이란 유리창은 모조리 깨져있었고, 지붕이 무너진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군의 폭탄이 민가 지역에 떨어지면서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모두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주택 5채와 창고 1동, 승진성당, 비닐하우스 1동, 1t 화물차 등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현장은 아비규환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정부와 군 당국에 “군사훈련을 전면 중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에 나서달라”고 했다.
사고 원인은 공군 소속 전투기 조종사의 표적 좌표 입력 실수에 따른 오폭으로 파악됐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상 중 불의의 사고로 다치시고, 크게 놀라시고, 재산상 손해를 입으신 포천시 노곡리 주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주민 여러분이 입으신 정신적·신체적·재산상 피해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상해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공군은 이번 비정상 투하(오폭) 사고를 엄중히 인식하고, 철저히 조사해 문책할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