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대. /뉴시스

인천국제공항에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30대 임산부가 아이 낳을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2시간 30여분만에 결국 119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천공항에는 공항 이용객과 공항 내 상주 직원 등을 대상으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센터가 있으나, 간단한 응급처치 후 대형 병원으로 이송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지난해에만 7115만여명이 찾은 인천공항의 응급환자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2시 20분쯤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국장에서 외국인 여성 A(31)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소방본부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인천공항소방대 소속 구급대가 출동해 가장 먼저 A씨를 살폈다. 겉으로도 임신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던 A씨는 복통을 호소했다. 베트남 출신의 귀화자로 파악됐다.

A씨는 분만을 앞두고 진통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항 내 의료센터에선 처치가 어렵겠다고 판단됐다.

인천공항소방대와 함께 출동 지령을 받은 영종소방서 구급대는 오후 12시 32분쯤 환자 이송을 위해 현장에 도착해 A씨를 인계받았다. 구급대는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이송 병원을 찾던 구급대는 약 31㎞ 거리에 있는 인하대병원으로부터 “부인과 진료는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오후 1시 18분쯤 A씨를 태우고 출발한 구급대는 이동 중 출산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재차 인하대병원에 문의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산과 수용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분만을 담당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구급대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서울‧경기 등 지역 병원 12곳을 수소문했으나, ‘진료가 어렵다’ ‘병상이 없다’ ‘초진 환자는 분만이 어렵다’ ‘산과 담당 의사가 없다 ’는 등의 답변만 받았다.

오후 1시 51분쯤 인하대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구급대가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는 동안 A씨의 진통은 심해졌고, 구급대원들은 결국 구급차에서 A씨의 분만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 33분쯤 무사히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신고 2시간 13분 만이었다. 출산 이후 산모와 신생아는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 의료센터를 운용하는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공항 내 의료센터에선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것 같은 간단한 응급 처치는 가능하지만, 분만 같은 경우는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해외 주요 공항의 경우, 공항 주변에 응급환자 처치 등을 위한 종합병원 응급실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약 6㎞ 거리엔 응급환자 발생 시 30분 이내에 수술할 수 있는 외상센터, ‘자메이카 병원 메디컬 센터’가 있고,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 약 5㎞ 거리엔 공항 관련 응급의료센터로 역할을 하고 있는 ‘힐링던 병원’이 운용 중이다. 2008년 1월 영국항공 38편이 히스로 공항 착륙 중 추락하는 사고로 발생한 부상자 12명이 이곳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인근 3~5㎞에도 종합병원이 운영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경우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과 인하대병원 등으로 약 30㎞나 떨어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은 공항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공사가 정부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활용해 종합병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공항 내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해 더욱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