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북 영양군 입암면 노달리 마을에서 한 주민이 우산을 쓰고 산불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후 7시쯤 영양군에는 굵은 빗방울이 잠시 떨어졌다./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해 안동시·청송군·영덕군·영양군 등 5개 시·군으로 확산한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비가 잠시 내리면서 진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27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경북 5곳의 산불 영향 구역은 3만5697ha(1억798만평)으로, 서울 여의도(2.9㎢)의 123배 면적이다. 전체 진화율은 63%로 이날 오전에 비해 19% 늘었다.

5개 시군별로는 의성이 산불영향구역 1만 2821ha에 진화율 62%, 안동 5580ha에 진화율 63%, 청송 5115ha에 진화율 80%, 영양 4362ha에 진화율 60%, 영덕 7819ha에 진화율 55%로 파악됐다.

산림 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78대, 진화 인력 5149명, 진화 장비 760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고,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 지역 내 주요 시설물엔 산불 확산 지연제(리타던트)를 뿌렸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총 24명으로 영덕 9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4명, 의성 1명으로 파악됐다. 이날 영덕군의 산불 감시원인 A(69)씨가 의성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친 뒤 영덕의 거주지로 귀가하다가 불길에 휩싸여 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산불 관련 영덕군 사망자가 8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청송군에서도 불에 탄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가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27일 기준 경북 지역 이재민은 총 1만 5369명으로 의성 1203명, 안동 3536명, 청송 8010명, 영양 1252명, 영덕 1331명, 울진 37명 등에 달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산불 확산에 따라 의성~예천분기점 양방향, 동상주~영주분기점 양방향 고속도로를 각각 통제 중이다.

한편 이날 오후 6시쯤 의성에서 2㎜가량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4개 시군에서도 소량의 비가 내렸다. 오는 28일엔 울진과 영덕 지역에만 1㎜ 내외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산림 당국은 야간에 진화 인력 3700명과 장비 651대를 투입해 산불을 저지할 방침이다. 안동 시내 쪽으로 향하는 불길을 차단하는 저지선을 구축해 불길을 막을 예정이다. 안동의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 등에도 산불 진화 인력이 투입된다. 산불 영향 구역이 비교적 넓은 영덕에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8팀이 배치된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큰 불길을 잡을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 내린 비로 산불이 확산하거나 불똥이 날아다닐 위험은 줄어들었다”며 “야간에도 강한 바람이 예보돼 있는 만큼, 지역 주민과 진화대원 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막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