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이 7일 오전 부산경찰청에서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박주영 기자

6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는 배관 절단·용접 과정에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은 7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는 지난 2월 14일 오전 10시 51분(119 신고 기준)쯤 현장 건물의 B동 1층 ‘PIT실‘(건물의 유지 관리를 위해 수도, 가스, 전기 등의 배관 설비가 설치된 공간)에서 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가 배관 절단 및 연결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생긴 불똥들로 인해 일어났다.

이날 현장에선 스테인리스 재질 배관 37㎝가량을 그라인더로 잘라내고, 그 자리에 밸브가 있는 배관을 이어 붙이는 아르곤 용접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작업은 40분가량 이어졌다. 이 과정에 용접 불똥이나 고온의 금속 잔해들이 여기저기로 튀어 작업 배관 뒤 바닥의 배관 통과용 구멍(직경 10cm, 깊이 20cm)을 통해 지하 1층 수(水)처리실 천장 부위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PIT실 배관 뒤 구멍 12개 중 11, 12번 2개만 막혀 있었고 나머지 10개는 뚫려 있었다”며 “용접 등 작업이 진행된 배관과 가까운 7, 8번 구멍으로 불똥들이 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이 지난 2월 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뉴시스

이들 구멍을 통해 수처리실 천장 부위를 지나는 배관의 보온재에 떨어진 불똥들은 곧바로 불로 이어지지 않고 보온재 안에서 열이 축적되는 ‘축열‘과 천천히 타들어 가는 ‘훈소‘를 거쳐 최초 발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지 정확히 알 수 는 없으나 비슷한 사례 등을 보면 축열과 훈소 과정 탓에 불이 나는 데 30분가량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작업자는 당시 안전 규정상 바닥에 방화포를 깔아 이 구멍들을 가리거나 막아둔 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방화포 없이 용접 등을 진행했다. 또 화기 작업 현장에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화재 감시자도 없었다.

또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소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수동으로 잠겨 있어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무용지물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방범카메라(CCTV) 영상 등 분석 결과, 이날 오전 10시 47분쯤 1층 PIT실에서 연기가 좀 나오기 시작하고, 49분쯤 지하 1층 수처리실에서도 까만 연기가 나오다 삽시간에 퍼져 5분여 뒤인 52분엔 1층과 지하 1층을 가득 채웠다.

부산경찰청이 7일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고'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공개한 화기 작업 현장의 배관 사진./부산경찰청

경찰은 “불길과 연기는 지하 1층에서 1층 PIT실 환기구 등을 타고 위로 올라가 1층 벽면과 천장으로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희생자 6명은 지하 2~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업 도구를 챙겨 위층 작업장으로 가던 중 갑자기 연기가 차오르자 1층에서 내려 대피하다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사와 하도급 회사 관계자들의 안전 관리 주의 의무 소홀에다 소방 시설 미작동 및 설치 미흡 등이 더해져 근로자 6명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청은 이에 따라 지난 4일 업무상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시공사 2곳의 대표 2명과 현장소장, 화재 당시 용접 등 작업을 한 하청업체 대표·현장소장·작업자 등 총 6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소방시설 및 건축물의 사용 승인을 받았는데도 소방시설 설치 미흡 및 미작동 등이 확인되고 화재 당일까지 대규모 공사가 진행된 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관할 기장군과 소방서를 상대로 인허가 과정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라며 “이달 말쯤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화재 사고 원인을 제공한 시공사와 하청업체는 이 화재 이후에도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지난 2월 27일~3월 14일까지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시공사 2곳의 공사 현장 4곳과 문제의 용접 작업을 한 하청업체의 시공 현장 3곳에 대한 안전 보건 조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용접 작업 시 불티의 흩어짐을 방지하는 조치 미실시 등 위반 사항 5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노동청은 이 중 10건을 사법 조치하고, 나머지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1억2000여 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