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사진을 이용해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는 모습. /경기북부경찰청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등을 성적으로 조롱하는 가짜 합성(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하거나, 이를 받아 본 10~30대 남성 1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하이브 소속 유명 아이돌 그룹과 배우, BJ(인터넷 방송인) 등 피해자만 100여 명에 이른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 23명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혐의가 무거운 13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또 대화방에 참여했던 60여 명도 추가로 검거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 등 연예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 텔레그램 방에 유포했다. 그가 제작한 영상물은 1100여 건에 달했다. A씨는 열성 팬만 접근할 수 있는 비공개 채팅방을 운영했다. 채팅방 회원들은 대화방에서 피해자를 성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는데, “초범이면 벌금도 안 나온다” “집행유예나 기소유예다”라며 범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A씨는 체포 직전까지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돌그룹 멤버들의 사진을 이용해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일당들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들. /경기북부경찰청

또 다른 채팅방 운영자인 30대 남성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아이돌, 배우, BJ등 총 70여 명을 대상으로 150건의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공유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만드는 ‘딥보이스’를 이용, 실제로 저속한 말을 하는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이 대화방에는 최대 360여 명의 회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20대 남성 C씨는 B씨의 채팅방에서 자신의 지인인 중학교 동창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300여 건의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 공유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방 2곳에서만 모두 4100여 개가 넘는 사진이나 영상물 등이 공유됐다. 돈이 오가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검거된 남성들은 대부분 10~20대로, 별다른 직업이 없거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회원들로부터 ‘작가님’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인정 욕구를 채우고 싶었다거나, 그릇된 성관념을 위해 범행했다”며 “대화방 참여자 전원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