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 수 있을까요. 제발 구조해주세요...”
12일 새벽,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무너진 터널 아래서 한 남성이 구조대의 품에 안겼다. 전날 오후 3시 13분쯤, 공사 중이던 지하터널이 붕괴되면서 굴착기 기사 A씨(20대)가 지하 30m 지점에 고립됐다.
초기에는 구조대와의 전화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명료했지만, 구조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A씨의 상태는 급속히 악화됐다. 붕괴 직후부터 밤새 이어진 구조 작업 끝에 A씨는 이날 오전 4시 27분 잔해 속에서 무사히 구조됐다.
발견 당시 A씨는 하반신이 흙더미에 파묻힌 상태였고 탈수 증상을 보였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구조대는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아 마시게 하며 수분을 공급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은 “오랜 시간 압박을 받았지만 A씨는 침착하게 버텼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곳곳에 철근과 H빔 구조물이 얽혀 있었고, 추가 붕괴 우려도 컸다. 특히 A씨의 복부를 가로지르던 철골 구조물을 무리하게 제거할 경우 쇼크 위험이 있어, 구조대는 손으로 흙을 조금씩 파내며 접근했다.
크레인을 동원해 상판을 하나씩 들어 올리고, 구조대원들이 직접 지하로 내려갔다. 곧 이어 A씨의 하얀색 안전모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정말 구조될 수 있느냐”고 수차례 물었다. 그는 다발성 압박손상과 쇄골 골절, 탈수 증상 등으로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한편 사고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 B씨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B씨가 컨테이너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총 6개 컨테이너를 수색했지만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근로자 진술을 바탕으로 수색 범위를 좁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