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년여 만에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탑승 시위란 지하철이 운행되지 못하게 문을 가로막는 것을 뜻한다. 이 시위로 서울지하철 4호선 상행선(혜화역→동대문역)이 10분 넘게 지연됐고, 열차가 한때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1시간 30분 간 ‘제62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시위를 했다. 오전 7시 15분부터 혜화역 승강장에 집결한 전장연 관계자 25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혜화역(동대문역 방향) 5-1 승강장부터 7-1 승강장까지 약 40m 구간을 점거했다. 탑승객들은 휠체어를 피해, 약 1m 남짓 좁은 공간으로 통행해야 했다.
이어 오전 8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또다시 서울교통공사가 우리의 집회를 막으려 한다”며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외쳤다. 오전 8시 20분쯤 서울교통공사에서 “지금 당장 불법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달라”고 하자 “폭력을 중단하라”고 했다. 지하철보안관이 이들의 지하철 탑승을 저지하자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오전 8시 55분쯤 휠체어에 탄 한 집회 참가자가 지하철 내에 탑승했다. 그 후에도 지하철 문이 수십 번씩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해 지하철이 출발하지 못했다. 사회자가 “지하철 탑승에 성공했다”고 외치자 시위자들은 다 같이 환호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도 시위를 저지하던 서울교통공사와 충돌, 열차 입구에 넘어졌다.
집회 참가자가 지하철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열차는 10분 넘게 지연됐고, 이후 열차는 20여 분간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오전 9시 28분쯤 열차가 혜화역에 다시 정차하기 시작, 나머지 집회 참가자들이 열차에 탑승하며 탑승 시위는 약 1시간 30분만에 마무리됐다.
전장연의 이 같은 출근길 시위 재개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들은 “월요일 출근부터 지각하게 생겼다”며 “택시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겠다”고 했다. 한 시민 A씨는 “1년 만에 시위를 재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 19일 천주교 측이 본인들의 장애인 탈(脫)시설 주장에 반대한다며 혜화동성당 종탑을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 시설 내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을 내보내는 것을 뜻한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20일에는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