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사진을 찍다가 적발됐던 중국인들이 이틀 후 같은 장소에서 또 전투기 사진을 찍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경찰은 두 차례 모두 “대공(對共) 혐의점이 없다”며 이들을 풀어줬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이 반복적으로 군사 시설을 촬영했는데 경찰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미군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공군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평택 오산공군기지 근처에서 중국인 2명이 전투기 등을 촬영하고 있다는 미군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이틀 전인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전투기 등을 촬영하다 적발된 중국인들이었다. 당시 경찰은 “대공 혐의점이 없다”며 8시간 만에 이들을 석방하고 수사를 끝냈다.

같은 중국인들이 이틀 새 두 차례 적발됐지만 경찰은 이날도 같은 이유로 2시간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오산공군기지는 미군 기지로 미군의 전략자산인 F-35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들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현행법 위반 사항이 없었다”며 “전투기 사진을 찍긴 했지만 하늘을 비행 중인 전투기를 촬영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군사시설 등 보안구역을 무단 촬영한 것이 아니라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아버지와 중학생 아들로 경찰 조사에서 “취미로 전투기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수원 공군기지 근처에서 이착륙 중인 전투기를 몰래 찍은 중국인 고등학생 2명이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평택 오산공군기지와 청주 공군기지 등에서도 사진 수천 장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명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중국 공안(公安)”이라고 진술했다.

이들은 범행 당시 무전기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군부대의 무전을 도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군사 시설 등을 무단 촬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경찰이 법 해석에 얽매여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동환 전 국가정보원 대구지부장은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간첩 혐의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대담하게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고 있다”며 “경찰의 반복된 석방 조치는 기밀 유출을 사실상 방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중국인은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는 등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간첩죄는 북한을 위해서 한 간첩 행위만 처벌한다. 이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한다. 이마저도 대부분 “취미 삼아 촬영했다”면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