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던 임모씨는 민노총 택배노조를 탈퇴했다. 당시 택배노조는 파업을 진행했다. 임씨는 파업 첫날 “일을 못 해 당장 수입이 없으면 가족들이 힘들어져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노조에선 “그럴 거면 노조를 나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탈퇴 뒤에는 보복이 이어졌다. “아예 일을 그만두든지, 아니면 지금 배달 구역을 다 내놓고 다른 구역과 바꾸라”는 요구가 들어온 것. 배달 구역은 기사 입장에선 배달 여건과 수입을 결정짓는 핵심인데, 이를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노조는 “이미 대리점과도 다 얘기가 끝났다”고 했고, 임씨는 결국 자신의 배달 구역을 내놔야 했다. 이후 수입은 3분이 1로 줄었다.
민노총 택배노조의 횡포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숨진 경기 김포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만이 아니다. 택배업계에선 “노조가 근로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정상적으로 요구할 순 있지만, 노조 활동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택배노조 횡포
작년 9월 김모씨는 “5년 넘게 택배기사로 일한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며 “노조가 아버지에게 퇴직서를 쓰게 하고 아버지 구역은 노조원들이 나눠 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초 부산에선 노조원들이 배달 여건을 개선해 달라며 지사장과 직원을 찾아왔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몸싸움이 일었고 노조원 중 1명이 의자를 들고 휘둘렀다. 결국 이 노조원은 지난달 말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한 직원은 “경찰 신고만 안 됐을 뿐 몸싸움과 기물 파손 등은 다반사”라고 했다. 작년 8월 경남 창녕에선 택배노조 지회장 중 한 명이 택배로 접수된 음료수들을 바닥에 던지고 발로 차서 부수기도 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폭언과 욕설도 부지기수다.
택배노조 핵심 간부가 이런 횡포에 앞장서기도 한다. 택배노조 원모 부위원장은 2019년 8월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대리점 개설을 원하는 다른 택배기사에게 “내 허락 없이 대리점을 운영할 수도, 신규 택배 기사와 계약할 수도 없다. 새로 데리고 오는 사람 나한테 오게 해서 면접보게 해라”라고 했다. 원씨는 “(택배 회사의) 지사장, 상무도 내가 다 뽑는다”는 말도 했다. 원씨는 2018년 7월 진보 매체인 한겨레TV가 “○○ 아빠는 ‘7시간 공짜 노동’에 내몰린다”는 제목으로 동행 르포 영상을 내보낸 적이 있는 인물이다. 원씨는 본지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노조가 대리점주와 싸우도록 조장
일부 대리점주는 택배노조 활동이 ‘패턴’이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이 소장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 대리점도 많은데, 노조가 “대리점 소장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걱정 말고 노조에 가입해 지회를 만들라”고 해 놓고 이후 대리점주와 싸우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한 대리점주는 “노조가 만들어진 첫날 노조 본부쪽에서 나온 나온 인사가 기사들을 다 밖으로 부르더니 ‘△△△는 개××'라며 내 이름에 욕설을 붙여 구호로 외치게 했다”고 했다. 전에는 ‘네네’ 하던 점주지만 앞으로는 대등한 관계이고 싸워야 한다고 기사들에게 교육시켰다는 것이다. 이 점주는 “이후 노조원들의 괴롭힘이 시작됐고, 나도 가족들에게 ‘내가 만약 죽으면 자살일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택배노조는 2016년 출범하고 2017년 11월 ‘노조 필증’을 받아 정부로부터 공식 노조로 인정받았다. 노조 설립은 당시 위원장이었던 김태완 현 수석부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한 대학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노동계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속해 있는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분류된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진당 소속 예비 후보(서울 마포을)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가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인 2014년부터다.
이어 2대 위원장을 맡은 진경호씨는 2006년 민노총 통일위원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혁명열사릉을 참배했다. 이후 우체국에서 계약직 택배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택배업계에선 이 둘이 실제로는 ‘강성 노조 활동가’이고 일종의 위장 취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택배노조는 일부 대리점에 해산된 통진당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는 진보당의 깃발을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