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 크게 꺾이는 ‘고용 둔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일자리에 취업 중인 사람의 수는 대체로 매년 증가하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그 증가 폭이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크게 작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15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일자리 관련 부처들이 모이는 ‘일자리 TF’ 3차 회의에 앞서 발표한 자료에서 “급격한 고용 둔화가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계청은 지난달 기준 취업자 수가 2736만300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41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3월 31만4000명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93만5000명에 달했으나,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지난해 12월에는 50만9000명까지 떨어졌고, 올해 들어 더 작아졌다.
정부는 올해 전체로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10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마저도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9만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만명, 한국노동연구원은 8만9000명 증가를 전망했다.
정부는 급격한 고용 둔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저효과’를 지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급감하면서 사라졌던 일자리가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계기로 다시 생겨났고, 그에 따라 지난해에는 취업자 수가 2021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이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었기 때문에, 올해에 여기에서 추가로 일자리를 얻는 사람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 원인으로는 경기 둔화가 꼽혔다. 정부는 “1월 취업자 수 증가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2월 이후 고용 상황은 전년도 기저효과, 경기 둔화 등으로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고용 둔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직접 일자리 사업의 집행을 서두르기로 했다. 올해 직접 일자리 사업은 104만4000명을 고용하도록 계획돼 있으나, 지난달에 이미 66만4000명을 고용했다. 이 기간 목표했던 인원보다 11.9%를 더 고용한 것이다. 정부는 3월까지 누적 92만명, 6월까지 누적 100만명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올해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고용하기로 한 인원의 95% 이상을 상반기에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나냈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했는데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일자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8만5000개에 달했다. 이 기간에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 전체가 채용하려 한 인원은 120만6000명이었으나, 채용에 성공한 인원은 102만1000명에 그쳤다.
운수·창고업의 미충원율은 무려 51.4%에 달했다. 당초 뽑으려 한 인원의 절반도 뽑지 못했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의 미충원율도 각각 28.7%, 23.7%에 달했다. 제조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디스플레이(37.9%), 조선(36.3%), 기계(35.3%), 철강(35.0%), 자동차(30.2%)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했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필요로 하는 경력이나 학력,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했기 때문(33.5%)이었다. 이런 현상은 직무가 비교적 복잡하고 고도의 기능을 요구하는 직종일수록 두드러졌다. 반대로, 비교적 직무가 단순한 직종에서는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 수준 등 근로 조건을 기업이 맞춰주지 못해서(28.1%)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코로나가 전 세계에 확산된 이듬해인 2021년 본격화됐다. 그 전까지는 빈 일자리의 수가 대체로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미충원율은 2012년에는 16.0%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10.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2021년 13.1%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16.5%에 달했다.
정부는 “이런 미스매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등 구조적 요인과 코로나로 인한 최근의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나타난 것”이라며, “빈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