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전 간부 등이 3억4000만원이 넘는 노조 상조회 돈을 횡령해 도박 등에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부산건설기계지부 조직위원장 등을 지낸 김모(52)씨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씨와 상조회 총무 임모, 상조회원 정모씨 등 3명이 횡령한 상조비는 3억448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민노총 전 간부 김씨는 ‘A레미콘 분회 상조회’ 회장을 지냈다. 레미콘 기사들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레미콘 업계에선 회사별 상조회가 회사를 상대로 협상하는 등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고 있다. 상조회 상당수는 건설노조 레미콘 지회 산하에 분회 형태로 가입돼 있다. 김씨는 부산·울산·경남 레미콘 상조회들이 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한 2019년부터 건설노조로 옮겨 간부를 지냈다. 김씨의 횡령 혐의는 민노총 간부로 옮기기 직전인 상조회장을 지낼 때 주로 이뤄졌다.
레미콘 기사들은 일을 시작하면 ‘마당비’라는 이름의 돈을 가입비 조로 상조회에 낸다. 부산 지역은 ‘마당비’가 차 한 대당 300만~800만원이라고 한다. 이후 매월 상조비로 3만원을 낸다. 이렇게 모은 돈은 레미콘 기사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그런데 상조회장이던 김씨는 ‘잠깐 빌린다’며 총 8009만원을 빼냈다. 이 돈을 스포츠 도박과 자녀 교육비 등에 썼다. 범죄 일람표에 따르면 김씨는 도박 목적으로만 25회에 걸쳐 1530여만원을 인출했다. 김씨는 상조회원이었던 여성 레미콘 기사를 강제추행해 작년 9월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는 본지 통화에서 “스포츠 토토는 1만~2만원씩만 했고 대부분은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돈 관리 책임이 있는 상조회 총무 임씨는 회장 김씨의 요구에 따라 계속 돈을 내줬다. 자신도 788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으로 집안 묘지 이장비 900만원, 아파트 수리비 650만원, 레미콘 차량 번호판 대금 360만원 등 개인 용도로 썼다. 다단계 판매를 하겠다며 상조회 돈으로 1100만원어치가 넘는 영양제, 화장품 등을 사기도 했다. 회장 김씨의 친구라는 상조회원 정모씨도 319차례에 걸쳐 1억8588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도 도박과 차량 수리비 등으로 상조회 돈을 탕진했다. 세 사람 모두 노조나 다름없는 상조회 돈을 쌈짓돈처럼 쓴 것이다.
노조의 이런 횡령 문제는 고질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노총 소속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경우 사무국장 A씨가 노조 돈 7500만원을 횡령해 도박과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2021년 4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작년 4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부장도 조합비 3억7000만원을 유흥비로 쓴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