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운호 기자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이 11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해 실업급여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불황으로 실직자가 늘어난 게 1차 원인이지만 ‘일 안 하고도 받는 월급’이란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부정 수급 문제도 심각하다. 또 육아휴직 급여 등 저출산 대응 비용까지 실업급여 계정에 의존하면서 재정 부실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실업급여(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9만명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2000명(2.2%) 증가했다고 밝혔다. 11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신규 신청이 늘면서 지난달 기준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총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3000명(2.5%) 늘었다. 지급액은 총 842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5억원(1.5%) 증가했다.

그래픽=김하경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자발적 실업자가 재취업 활동 기간 받는다. 신규 신청이 늘어난 건 경기가 좋지 않아 고용 시장이 불안정해졌다는 뜻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은 16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4000명(30.8%) 감소했다. 워크넷 신규 구직도 5% 감소했다. 일자리가 급격히 줄면서 구직에 나서는 이들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 속에 부정 수급까지 만연해 실업급여 재원을 축내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급여 신청 이전 18개월간 180일 이상 일해야 하고, 비자발적으로 퇴직해야 한다. 또 재취업 노력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와 업주가 입을 맞춰 허위로 실업급여를 타내거나, 재취업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가짜 서류만 제출하는 등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구직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실업급여를 타고 경고를 받은 사례는 2022년 한 해 총 1024건에서 올해 1~7월 5만5849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하고 지급 기간을 한 달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하지 않고도 한 달에 150만원 이상 보장되니 ‘안 타면 손해’란 인식이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정부 또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에 손을 대며 부실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리는 등 저출산 대책을 확대하면서 재원은 실업급여 계정에서 마련했다. 실업급여는 사업자와 근로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실업급여 계정은 적자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적립금은 3조8262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차입금 7조7000억원가량을 제외하면 3조8946억원 적자다. 공자기금은 여러 공공기금에서 남는 돈을 모아 둔 것으로, 공자기금에서 돈을 빌리면 정부 회계에선 수입으로 처리돼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빚을 내 운영한다는 뜻이다. 이런 지출 행태가 계속되면 공자기금에 다시 손을 벌리거나, 고용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직접 부담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내년 실업급여 계정에 6400억원의 전입금을 편성했는데, 현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 2조~3조원의 국고 부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