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고 있는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사망 당시 28세)씨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선 가운데, 오씨의 ‘근로자’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씨가 사실상 임금 근로자인 것이 인정돼야만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있고, 정부도 정식 조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앞서 지난 4일 “MBC 측에 오씨의 고용 관계나 근무 형태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996년생인 오씨는 지난 2021년 5월 공개채용을 통해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기상캐스터 일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근로계약서를 쓰고 임금 근로자로 일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신분으로 회사와 사업 계약을 맺은 것이다. 오씨는 작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다른 기상캐스터 2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 내용이 들어가 있고,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해야 적용된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한다. 오씨는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적용 대상도 아니다. MBC도 지난달 28일 ‘MBC 흔들기’라는 표현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씨가 진짜 프리랜서인지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겉으로 프리랜서여도 실제로 근로자처럼 일했다면 정부나 법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가 KBS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A씨는 프리랜서가 아닌 KBS 직원’이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고용부도 지난 2021년 지상파 3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방송작가 152명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방송업계에선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작가를 프리랜서 신분으로 만들어 계약하는 관행이 있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줄 필요도, 주 52시간제를 지킬 필요도, 퇴직금을 줄 필요도 없다. 연장·야간 근무 등에 대한 수당 할증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4대보험 역시 가입해 줄 필요가 없다.
고용부 서울서부지청은 MBC가 제출할 자료를 토대로 오씨가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핵심은 오씨가 MBC로부터 얼마나 종속적인 관계였고, MBC로부터 얼마나 지휘를 받았는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7일 당정 협의를 열고 프리랜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는 이른바 ‘고(故) 오요안나법’을 만들기로 했다. 또, MBC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