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 있는 한 커피 전문점은 오후 7~10시에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월·화·수·목‘ ’금·토·일’로 나눠 뽑고 있다. 주 21시간 일자리를 12시간과 9시간짜리로 나눈 것이다. 가게 사장은 “작년 11월부터 경기가 급격히 나빠져서 ‘주휴수당’ 등을 감당할 수 없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쪼갠 것”이라고 했다. 충남의 한 패스트푸드점도 오후 6~9시까지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월·화·수, 목·금·토로 나눠 뽑고 있다. 주 18시간 일자리를 9시간짜리 2개로 쪼갰다.
경기 침체, 인건비 부담 등으로 아르바이트생을 15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근로시간이 주 15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주휴수당, 퇴직금 등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일주일 1~14시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74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 중 6.1%를 차지했다.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이 6%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주된 원인은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고용주는 직원이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치 일당을 ‘주휴수당’으로 줘야 한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1953년 휴일에도 일하지 않으면 밥을 굶을 정도로 노동자 임금이 너무 낮아 도입됐다. 일본은 1990년 이 제도를 폐지했고,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 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국가가 운용하는 제도다. 국내에선 2018년부터 최저 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고용주들에게 ‘주휴수당’ 부담이 커졌다. 일주일에 5일 일을 시키고 급여는 6일 치를 줘야 하니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예컨대,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했을 때 애초 월급은 174만5022원인데, 주휴수당을 더하면 209만6270원이다. 또 주 15시간 이상 1년 이상 일한 직원에겐 퇴직금도 줘야 하는데 주 14시간 이하로 고용하면 그런 부담도 없다.
이런 이유로 고용주들이 일자리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기 시작해 2017년까지는 전체 근로자의 3%대에 불과했던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비율은 2018년 4.1%로 오르더니 2021년 5.5%로 급등했다. 작년엔 전년 대비 14만2000명이나 늘어나며 결국 6.1%까지 올랐다.
16일 한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에는 ‘하루 2시간씩 일할 평일 근무자 구합니다(경기도 편의점), ‘수목금 하루 4시간씩 주 3일 일할 근무자 구합니다(서울 편의점)’ 등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공고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하루 2시간만 근무할 아르바이트를 뽑는 샌드위치 가게도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받는 사람 입장에선 야속하다 느끼겠지만, 우리도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일자리 쪼개기’ 여파는 특히 청년층에게 영향을 크게 끼쳤다.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시간제 근로자(주 36시간 미만) 비율이 2022년 17%에서 2024년 19.2%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20대는 19.6%에서 24.1%로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김준영 고용정보분석실장은 “초단시간 근로자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고, 플랫폼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며 “경기 불황에다 식재료 가격이 올라가며 식당 등이 영업시간을 줄인 여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