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과거 사례를 분석해보니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등이 자유롭지 않은 한국 노동 시장에서 무작정 정년만 늘리면 오히려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금 개편에 따른 소득 단절 문제, 부족해지는 일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완책 없이 진행되면 과거 전철을 반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에도 법정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국민의힘도 정년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년을 늘리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①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하한을 65세 등으로 올리거나 ②정년 이후 퇴직시킨 뒤 다시 근로 계약을 맺는 방식 또는 ③정년을 아예 폐지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법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일괄적인 법정 정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2013년 법정 정년을 55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포럼에서 60세로 정년 연장 후 정년제가 있는 사업장의 고용은 2.87명 증가했지만, 청년 신규 고용은 0.61명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히 직원 수 1000명 이상인 대기업에서 정년 연장 후 7년이 지났을 때 청년 고용이 11.6% 감소했다. 김 위원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일수록 청년 감소 효과가 확실했다”고 지적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60세 정년 의무화로 청년층(15~34세) 고용이 16.6% 감소했다”는 논문을 내놨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 공개 채용 제도를 속속 폐지하고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돌아선 것도 정년 연장 시기와 맞물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고용 유연성이 적은 상태에서 정년까지 늘어나니 신입 사원 채용에 더 조심스럽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법정 정년 연장은 이미 해 봤지만 결국 노동 시장 양극화만 심해졌다”며 “60세 넘어 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기업 관계자는 “보완책 없이 정년 연장을 하면 인건비가 올라가 기업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청년 근로자를 덜 고용할 수 밖에 없다”며 “임금 체계를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변경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인구감소도 청년 위주로 이뤄져 연령간 대체효과도 걱정할 필요가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