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조선DB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받은 학교법인 강원학원에 수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13일 고용노동부는 학교법인 강원학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강원학원은 춘천시 강원중과 강원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지난해 이곳 교직원과 교사들은 이사장 등에게 수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이번에 고용부가 확인한 피해자만 30여명에 달한다. 고용부는 허필호 강원학원 이사장과 이사장의 아내인 상임이사 등 6명에게 과태료 총 2200만원을 부과하고, 강원학원에는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총 2억690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허 이사장은 매일 교직원들에게 집으로 점심과 떡을 배달하도록 시켰다. 또 병원 진료 등 개인 용무를 볼 때 교직원들에게 운전을 시키는 등 사적 심부름도 일삼았다고 한다. 교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나 잔디 깎는 일에 교사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모욕적 발언과 폭언을 한 것도 확인됐다.

이사장 아내인 상임이사 A씨는 교직원들을 집으로 불러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도록 시켰다. 명절에는 명절 인사와 선물을 요구하며 명절 음식을 만들어달라고도 강요했다고 한다.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폭언 사실도 확인됐다.

이사장 칠순 잔치에서 장기 자랑을 했다는 한 교사는 고용부 조사 과정에서 “엄마·아빠에게도 안한 일인데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한편 강원고·강원중 교장·교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도 들통났다. 강원고 교장·교감은 모금 활동 실적이 낮은 교사를 질책하고, 학교 보수 공사에 교사들을 동원했다. 강원중 교장·교감은 교사들에게 학교 내 텃밭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시키고 잡초 제거 등도 지시했다고 한다.

학교법인 자체도 방만하게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관련 총 27건의 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강원학원에 총 2억6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교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매월 임금에서 2만원씩 걷어 학교 잡비로 쓰거나, 행정 직원에게 각종 수당을 적게 지급해 임금 총 1억2200만원 체불했다. 근로계약서나 임금명세서 등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교직원을 채용할 때 출신​ 지역을 적도록 요구했는데, 이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중·강원고의 교직원·교사들이 권익위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고용부는 같은 해 12월 현장 조사를 착수했다. 올해 2월에는 2주 동안 강도 높은 현장감독을 진행했다. 지난해 현장 조사 당시 피해자는 15명 정도로 확인됐으나, 현장감독을 거치면서 피해자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강원학원 이사회는 고용부 감독이 시작되자 지난 2월 26일 회의를 열고 허 이사장부부를 해임했는데, 사실상 이들이 자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 권익위는 이 사건을 교육부와 대검찰청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 결과, 허 이사장은 강원고 건물 일부를 자신의 숙소로 꾸미고 소파,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가전 제품 등을 교비로 구입해 비치했다. 숙소의 전기·수도 요금도 교비에서 지출했다고 한다. 교비는 학생들 교육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그 외 용도로 사용하면 그 자체로 횡령죄가 성립한다. 학교 부지에 자신이 사용할 정원과 텃밭,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기도 했다. 학교 급식실에 카페를 차린 뒤 교직원들이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게 하고 수익금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