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청년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루프탑 파티’를 기획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고공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내부 비판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여 공간에서 ‘루프탑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한강뷰 파티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민주노총은 청년 조합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임 ‘세빛사(세상을 빛내는 사람들)’를 만들었다. 당초 이 행사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세빛사 회원 30명 정도를 만나 ‘토크·포토 타임' ‘루프탑 바비큐 파티’ ‘경품 추첨’ 등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루프탑 파티를 약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 행사는 돌연 취소됐다. 민주노총은 “SNS 등을 통해 본 행사(루프탑 파티)가 고공 농성 중인 동지들을 존중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에 기존 일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초의 행사 기획 취지와 무관하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도 “고공 농성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잘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총 3곳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서울 명동역),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경남 거제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경북 구미시) 등이다. 이중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의 고공 농성은 이날로 470일째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 A씨는 “루프탑 파티 공간에서는 세 곳의 루프탑(고공 농성) 노동자들은 안 보이나 보다”라고 했다.
자신을 민주노총의 청년 조합원이라고 밝힌 B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청년에 속하는 사람인데 위원장이랑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 그러려고 조합원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다”라며 “‘청년 세대로서 너희가 원하는 건 이런 거지?’하고 보여준 것이 루프탑 파티라는 건 좀 모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