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월 만기 출소 후 과거 범행을 저질렀던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23일 피해자인 나영이(가명) 가족이 이사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나영이의 아버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두순을 피해 치안 상태가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좋겠지만, 지금은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부 매체는 전날 나영이의 가족을 만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전언을 인용해 나영이 가족이 안산에서 이사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 가족들은 조두순이 출소 이후 안산으로 돌아오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가해자가 이사를 가야지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 하느냐고 주장을 했지만, 막상 출소를 앞두고 나니 두려워 이사를 결심하셨다고 한다”고 했다.

피해자 나영(가명)이가"범인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며 그린 그림

이에 대해 나영이 아버지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으로 조두순이 안산으로 오는 걸 막지 못한다면 우리가 떠나야 한다”면서도 “이사를 하고 싶지만, 여유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이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는 나영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분양받아 입주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출금을 갚아나가고 있다고 지난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A씨는 “지금 사는 집을 팔아 은행 대출금을 갚으면 남는 돈은 얼마 없어 전셋집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두순과 마주치지 않으려면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또 “대학생이 된 딸이 이제야 범죄의 상처를 딛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데 조두순 출소로 큰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며 “조두순이 우리 집 근처에 있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라고 했다.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안산으로 오지 않고 떠나겠다면 내가 형편이 어렵지만 신용대출을 받아서 돕고 싶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회장은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나영이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조두순을 피해 이사도 못 가고 있는 사정을 들었다”며 “나영이를 돕기 위해 모금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은 조두순으로부터 잔혹한 성범죄 피해를 본 나영이의 초기 심리 치료를 맡았던 소아정신과 전문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