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개천절에 차량을 이용한 소규모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허용하면서도 9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등 대규모 집회를 경계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전날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경찰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9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측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오는 3일 개천절 차량 시위를 금지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결정에 따르면 새한국은 집회를 열기 전 집회 참가자 목록을 경찰에 제출하고, 명단이 참가자와 같은지 경찰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또 퀵서비스 등 비대면 방식으로 사전에 집회 물품을 전달해야 하며, 집회 전후 대면 모임을 할 수 없다. 최대 9대로 제한된 집회 차량에는 1명씩만 탈 수 있고, 창문을 열거나 차에서 내려선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집회 신고 시간 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즉시 해산하고, 집회 참가자들이 준수 사항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내용의 각서도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재판부는 “감염병 확산 또는 교통 방해 우려를 고려했다”며 이 같은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개천절 집회 금지' 입장 발표하는 시민단체 자유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국회 앞에서 개천절 집회 금지 통고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9.30/연합뉴스

법원은 오는 3일 개천절에 신고된 일반 군중집회와 200대 규모의 차량 시위에 대해서는 경찰의 금지 처분을 유지했지만, 소규모 차량 시위는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이번 집회가 대규모 불법 집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단정하기 어렵고, 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어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