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서 2021학년도 총학생회장 후보자 등록 기간이 지난달 28일 마감됐다. 신청자는 0명. 선거는 무산됐고, 회장은 공석이 됐다. 단과대도 마찬가지다. 사회대·인문대·자연대·사범대·자유전공학부 등이 최근 들어 ‘후보가 없어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됐다’는 공고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내년 3월 보궐선거를 치른다. 그때도 학생회장 후보로 나설 사람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각 학과 학생회장에 입후보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총학생회장 후보들이 선거 비용 영수증을 교내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조선일보DB

한때 명예의 상징이었던 학생회장 자리가 후보조차 찾지 못해 공석이 되는 사태는 대학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성균관대는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 후보 1명이 출마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반복해서 경고 조치를 받은 끝에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고, 현재 다시 후보를 모집하고 있다. 한국외대도 이달 1~8일 동안 총학생회장 후보를 모집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다. 서강대 역시 지난 9월 말 기준 총학생회와 경영학부·경제학부·공학부 등 8개 단대 학생회 중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학생회장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가 학생회의 몰락은 ‘실용주의’가 번진 가운데 코로나 사태 비대면 수업이 도입된 게 결정타였다. 최근 수년간 학생회는 ‘간식 사업이나 셔틀버스 확충 등 학생 복지 분야에 집중하라’는 학내 여론에 따라 사회 참여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 1년간 이어졌다. 신귀혜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코로나 이후 학생회에서 해야 하는 잡무는 늘었는데, 정작 서로 얼굴을 못 보니 친밀감이 떨어지고 교내 행사도 축소됐다”며 “학생회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가 어려워지니 하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한 보직 교수는 “주요 대학 학생회가 사회적 이슈를 이끄는 힘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다 보니 후보자 찾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정작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대학 본부 차원에서도 논의할 파트너가 없어져 불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