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고등학교는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까지 고3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원격수업만 듣게 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 일주일 전인 오는 26일부터 전국 모든 고교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미 고3의 가정학습 신청률이 90%로 교실이 거의 텅 비어 26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수험생들이 이처럼 교외체험학습 등을 신청해 집 등에서 ‘혼공(혼자 공부)’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학교 안팎에서 코로나 확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자가격리거나 코로나 의심 증상 등으로 등교 중지된 고교생은 하루 평균 5000여명대다. 16일만 해도 확진됐거나 자가격리 등으로 고교생 5308명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교육부는 올해 코로나 위기 경보가 심각이나 경계 단계면 ‘가정학습’을 이유로도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할 수 있게 허용해주고 있다. 기간은 지역별로 14~60일로 제각각이다.
일부 학교에선 가정학습 신청을 반려당했다며 고3 수험생들이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신청을 받아줄지는 학교장 재량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가정학습 신청 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상이 있어 쉰다고 해야 확실하다’ 등 ‘가정학습 인정 잘 받는 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인천의 한 고교 교사 박모(34)씨는 “감염되면 고스란히 학생에게 피해가 갈 테니 학교 차원에서 ‘독서실 가겠다’고 딱 한 줄 써낸 가정학습 신청서까지 그냥 인정해주기로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교외체험학습 취지가 변질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