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김해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백지화한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삼(75) 한양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가 19일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해 사실상 4년 전 국토부의 김해 신공항 결정을 무효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7일 발표 당일 “김해 신공항은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감당할 수 있지만, 기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던 김 위원장은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관문 공항으로 부적합하다고 안 했고, 타당하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해 신공항의 백지화나 폐기를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며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검증위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 비행 절차나 서측 유도로 추가, 소음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예산이 1조~2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 있으니 이를 보완해 계획에 반영해보고, 그래도 그대로 갈 것인지를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했다. 그는 “검증위 요구는 기존의 김해 신공항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재검토를 거쳐 쓸 수 있으면 쓰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해 신공항을 재추진하라는 뜻이냐'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하면 국토부는 좌절을 느끼지 말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가 조건을 붙인 것을 리뷰(재검토)하겠다고 덤벼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가덕도 신공항 절차 밟을 것”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9일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를 찾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관련, “앞으로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김해 신공항 계획을 보완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안 밝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발표 후 하루 이틀 지나 문의가 들어오면 성실히 답변하려고 했는데, 당일부터 ‘김해 공항 폐기’ ‘가덕도 공항으로 간다’고 알려져버렸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적 검증을 했을 뿐 ‘김해 신공항을 보완해서 사용해야 한다’거나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릴 권한은 없었다”고 했다. 애초 총리실에서 위임받은 업무가 국토교통부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실무 검증단의 의견이 충돌한 쟁점에 대해 어느 쪽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일 뿐, 김해 신공항 사업 추진 자체를 결정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은 말도 안 되게 가덕도 공항에 우리를 집어넣어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며 “우리는 가덕의 ‘가’자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검증단이 김해 신공항을 폐기하고 가덕도 공항으로 가는 앞잡이를 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가 역사의 죄인처럼, 정치권의 앞잡이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이미 나이도 들었지만 위원 중엔 앞날이 창창한 젊은 교수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그런 멍에를 씌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검증위의 결정이 정치적인 것과 무관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우리가 위원으로 위촉된 지난해 12월 6일은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기도 전”이라며 “정치적인 것을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가덕도 공항을 주장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위촉 당시 이낙연 총리가 ‘국무총리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 행사로 위촉장을 드리니 외부 압력을 제거하고 객관적으로 봐 달라’고 했는데, 지금 밖에서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