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피아노 학원 원장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피아노 학원을 강제 휴원시킨 정부를 규탄하는 연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8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거리에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피아노 학원장 A씨가 길가에 세워진 트럭 위에서 낡은 피아노를 치는 소리였다. 그 주위에서 수도권 음악 학원·교습소 교사 30여명이 이날 번갈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요구 사항은 ‘학원 강제 휴원 전면철폐'였다. 정부가 수도권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수도권 학원들에 28일까지 3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날이었다.

현재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는 ‘2.5단계'다. 그럼에도 정부는 학원에 대해서는 매뉴얼상 ’3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학원에서 대면 수업이 금지됐고, 온라인 강의만 가능해졌다. 음악 수업은 온라인 강의가 어렵다.

트럭 타고 피아노 연주 퍼포먼스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 피아노 학원 원장이 정부의 학원 강제 휴원을 규탄하는 피아노 연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며 학원은 오는 28일까지 운영할 수 없다. /장련성 기자

이날 모인 음악 교사들은 정부 조치를 ‘편파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온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음악 학원·교습소는 실질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면서 “지난 두 차례 강제 휴원에 동참하며 희생한 결과가 자영업자이자 소상공인인 학원에 대한 생존권 박탈이냐”고 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19년 차 학원장 방모(48)씨는 “아이들이 연습할 숙제를 신경 써서 내줬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크다”고 했다. 방씨 학원은 작년 말 원생이 80명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지금은 25명이다. 대출 4000만원을 받았지만, 월 200만원인 임차료를 낼 수 없어 300만원 밀려 있다.

교사들은 “식당·술집·PC방처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업종은 영업을 허용하면서 (소수 인원이 마스크 쓰고 있는) 학원에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학원을 유흥업소와 동급으로 취급하며 사교육 자체를 사회악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들이 저녁 늦게까지 일할 수 있도록 아이 돌봐주는 곳이 바로 학원”이라고 했다. 이날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대상에는 학원 외에 ‘유흥업소'와 ‘노래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