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서 시신이 훼손된 채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된 여성의 신원이 9일 밤 밝혀질 전망이다. 경찰 수사 결과 유력 용의자인 50대 남성의 동거녀가 최근 실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은 피해자와 실종된 동거녀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전날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용의자 A(59)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2시 36분쯤 양산시 북부동에 있는 한 재개발구역 교회 담벼락 쓰레기더미에 훼손한 시체를 유기한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훼손된 시신은 당시 쓰레기더미에서 불꽃이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던 중 발견됐다. 발견 당시엔 팔과 다리 일부만 확인됐다. 신체 대부분은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범인이 사전에 사체를 유기한 뒤 밤에 조금씩 옮겨서 처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한 뒤 지난 8일 A씨 집을 수색해 집 안에서 일부 혈흔을 찾아냈다. A씨 집에선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거녀가 남긴 머리카락과 칫솔 등 DNA와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들도 찾아냈다. 경찰은 훼손된 시신과 일치하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이르면 오늘 밤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동거녀와 훼손된 시신의 DNA 일치 여부가 밝혀질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발견된 신체 일부를 통해 피해자가 50~60대 여성일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동거녀가 자주 집을 나갔고 이번에도 그런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이 담긴 CCTV 등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A씨의 자택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앞서 A씨는 사건 발생 시각 양산시 북부동 폐교회 인근을 배회한 장면이 CCTV에 찍히며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A씨를 주요 용의자로 지목하고, 8일 오후 4시 48분쯤 집으로 귀가 중이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시신을 유기했을만한 가방 등을 들고 범행 현장 인근을 다니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다. 때문에 미리 시신을 유기한 뒤 이후 불에 태웠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날짜 CCTV 기록들을 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오후 A씨를 검거한 후 범행을 입증할 자료가 많이 확보됐다”며 “A씨의 동거녀와 훼손된 시신의 DNA가 일치한다면 정확한 사건 경위도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