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벽면에 충돌한 뒤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경찰에 ‘갑자기 차량 통제가 안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이 차체 결함인지, 운전자 과실인지 따져보기 위해 이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3분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던 테슬라 차가 주차장 벽면과 충돌하면서 그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여 만인 오후 10시 48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의식을 잃고,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차를 운전한 대리운전 기사 최모(59)씨는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불을 끄려던 아파트 직원 김모(43)씨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망한 윤씨는 법무법인 ‘율촌’ 소속 변호사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직까지 윤씨 사망 원인은 미상”이라고 했다. 연기 흡입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일 본지 기자가 사고 현장을 방문해보니, 해당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진입로 맞은편의 벽이 크게 파손돼 일부 뚫려 있었다. 뚫린 벽면은 흰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차량이 진입로를 통해 내려온 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지 못한 채 정면으로 벽을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를 몰던 최씨는 경찰에 “갑자기 차량이 통제가 안 됐고, 벽면에 충돌하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으로 이송된 최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당시 정황을 알아볼 예정이다.
해당 차량은 올해 생산된 테슬라 모델 X 롱레인지다. 소방당국은 차량이 벽면과 충돌하면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졌고, 이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조만간 최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사고 원인이 차체 결함인지 운전자 과실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차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영장을 발부 받아 차량을 인도받으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조사를 맡길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정밀 감식을 받아봐야 차체 결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