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3컷 만화’에 네티즌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전국민적 현상인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위로하겠다며 정부가 제작해 뿌린 콘텐츠의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비난이 쇄도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총리실은 몇 시간 뒤 게시물을 삭제했다.
14일 오전 대한민국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공식 계정은 트위터에 “코로나로 힘드실 땐 총리한테 푸세요 –코로나 우울편-”이라는 제목의 3컷 만화를 올렸다.
해당 만화에서 단발 머리를 한 여성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코로나 너 때문에 밖에도 맘 놓고 못 나가고 마스크 때문에 피부는 뒤집어지고 어떻게 책임질 거야!”라고 소리친다. 이어 이 여성은 “코로나 때문에 화가 난다, 화가 나. 어디 풀 데 없나!”라고 외친다.
다음 컷에는 노란 민방위 복을 입은 정세균 총리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 한 손을 얹은 채 등장한다. 정 총리 머리 위에는 “모두 저에게 푸세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고 짜증나고 우울한 마음 저에게 시원하게 푸시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총리실이 올린 3컷 만화를 담은 해당 트윗은 이날 오후 450여 차례 넘게 공유됐다. “사퇴해주세요. 그럼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아요” “사람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국민 비하로 읽힌다” 등 비난이 줄을 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지워졌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제 절벽에 내몰린 시민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자영업자들은 빚을 떠안고 택배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실려나가고 있는데 안전망 마련하라는 절규는 어디다 빼놓고 ‘마스크 때문에 뒤집어진 피부’ ‘짜증은 저에게 푸세요’ 이 따위 글을 올리냐”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코로나로 인한 국민의 우울감을 이렇게 희화화, 축소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총리실의 여성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며 한탄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여성 자살률이 급증하고, 여성 고용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여성 시민의 최대 고민이라고 들고 온 게 ‘피부 트러블’이냐”면서 “행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모인 곳의 여성 인식 수준이 이 꼬라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한민국 총리실에서 짜증나고 우울한 마음을 여성을 모욕하며 푸는 것 같다.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