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養母)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양’의 사인(死因)을 조사한 의사단체가 “살인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는 양모의 ‘아동학대 치사’ 혐의가 ‘살인’으로 바뀔 것인지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견서는, 정인양의 핵심 사망 원인인 췌장 절단에 대해 “췌장은 마지막에 외력(外力)이 미치기 때문에 췌장까지 손상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교통사고를 당해 배에 가해지는 충격 정도의 큰 충격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일 전에 피해자 복부에 고의적 가격이 있었고, 당시 치명상은 아닌 상태에서 재차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양모가 ‘작년 9월 22일 가슴 성형수술을 받아 팔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했다’면서 폭행 정황을 부인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인양이 치명상을 당해 사망한 것은 수술일에서 3주가량 지난 작년 10월 13일이다. 의사회는 “유방 확대 수술의 통증은 3~4일이면 가라앉고, 아기를 안는 등 일상 생활은 2주만 지나면 가능하다”며 “수술한 지 3주가 된 시점에서 아이를 들었다가 통증으로 떨어뜨렸다는 (양모의) 진술은 매우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165㎝ 키의 성인 눈높이에서 당시 체중 9㎏의 아이를 떨어뜨렸을 때, 의자에 부딪혀 췌장이 절단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의 없다”며 “분명히 고의에 의한, 비(非)사고에 의한 둔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의견서를 작성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를 근거로 “살인의 고의에 의한 죄, 혹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또 김창룡 경찰청장을 8일 서울 남부지검에 직무유기와 살인방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만일 경찰청장이 적극적으로 수사 지휘를 진행하거나 최소한 양부모와 분리하도록 경찰을 지휘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