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구당침술원에서 ‘침구(鍼灸)계의 큰 별’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안장식이 열렸다. 구당의 영정 사진./연합뉴스

평생 침과 뜸 대중화에 매진했던 ‘침구(鍼灸)계의 큰 별’ 구당(灸堂) 김남수(金南洙) 옹 장례식이 16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 구당침술원에서 열렸다. 구당은 100세를 맞은 2015년 선영(先塋)이 있는 고향 장성에 이 침술원을 열었다. 안장식(安葬式)에 유가족과 제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장례식이 열린 것은 구당이 별세한 지 20일 만이다. 장녀 김관순(71)씨는 “아버지 곁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장례식을 미루고 미뤘다”고 말했다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제자들은 고인이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며 김 옹을 기렸다. “침·뜸을 세계에 알린 대가이자 봉사 정신으로 세상의 빛이 된 크나큰 자랑이셨습니다.”

문승열 한국정통침구학회 고문은 추도사에서 “구당의 근본 사상은 희생과 봉사였다”며 “그가 제자들에게 물려준 가르침은 침뜸술을 잘 배워서 무료로 남의 병을 고쳐주자는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선생님은 수백만 이상의 환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고 새 삶을 펼쳐 드렸다”며 “고결한 정신을 7000 제자는 가슴속에 새기고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목동균 한국정통침구학회 고문도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봉사 손길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저 멀리 아프리카 잠비아에까지 미쳤다”며 “선생님은 인술을 가르치셨다. 돈과 명예 자랑 말고 봉사 정신을 계승하라는 말씀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추도사 낭독과 제례를 마친 유가족과 제자들은 구당침술원에 서 있는 구당의 동상 기단부에 유골함을 안치했다.

16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구당침술원에서 ‘침구(鍼灸)계의 큰 별’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안장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아호 구당은 ‘뜸(灸)을 뜨는 집(堂)’이라는 뜻이다. 구당은 지난달 27일 장성군 서삼면 금계마을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105세.

1915년 5월 전남 광산군 하남면(지금의 장성군)에서 태어난 구당은 의생(醫生) 집안 자손이던 부친 김서중씨에게 11세 때부터 뜸과 침을 배웠다. 28세이던 1943년 침사(鍼士·침을 놓는 사람) 자격증을 따고 구사(灸士·뜸 놓는 사람) 자격 없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남수침술원을 열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구당은 구순을 넘긴 나이에 국내 한의학계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로 떠올랐다. 2008년 방영된 공중파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방송에서 선보인 자가(自家) 뜸 치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전국적으로 뜸 열풍이 불었다. 시청률은 20%가 넘었다.

소설가 조정래, 시인 김지하, 배우 고(故) 장진영, 수영 선수 박태환 등에게 시술한 사실도 알려졌다. ‘현대판 화타(華陀⋅명의)’ ‘뜸 전도사’ ‘뜸 대가’ 등 수식어가 붙었다. 2012년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서 자원봉사상 금상을 받았고, 대통령 표창(2002년)과 국민훈장 동백장(2008년)을 받았다.

2018년 몸이 쇠약해지면서 75년 지속한 침구사(鍼灸師) 일을 중단했다. 장녀 김씨는 “침사에게 뜸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아버지의 평소 생각이었다”며 “침과 뜸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노력한 아버지는 인체에 해가 없는 뜸으로 돈벌이보다는 봉사에 전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