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끼리 연애 상대를 찾는 ‘결정샤’, 연고대 출신끼리 친구를 찾는 ‘연고링’···.
최근 명문대생들이 자신들끼리 제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폐쇄형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과거에도 특정 학교 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서비스가 있었지만, 이 서비스들은 해당 학교 출신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명문대 출신을 믿고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과 ‘과도한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끼리 연결해주는 ‘결정샤’는 작년 12월 서울대 출신 한 치과의사가 만들었다. “서울대생이 같은 학교 출신을 선호하는 건 사실인데, 왜 결혼 정보 업체에 돈을 내고 찾아야 하느냐”는 게 개설 이유다. 서울대 이메일 주소를 인증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사진과 직업, 집안 경제 사정도 필수 입력 항목이다. 졸업 증명서, 재직 증명서를 첨부하면 더 많은 이성을 연결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서울대 출신 60쌍을 연결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결정샤를 이용한 대기업 사원 서모(31)씨는 “이성을 만날 때 출신 학교나 직장을 묻는 게 조심스러운데, 그런 정보를 미리 알고 만날 수 있어서 한결 편하다”고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김모(28)씨도 “소개팅을 나가면 어떤 얘기를 해야 할까 난감할 때가 많은데, 서울대 출신은 학교 얘기만 꺼내도 말이 잘 통한다”고 했다.
연세대·고려대 연합 창업학회가 지난달 만든 서비스 ‘연고링’도 개설 한 달 만에 가입자가 1700명에 육박한다. MBTI(성격유형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두 학교 재학·졸업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인기를 끌자 최근 가입 대상을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11개 주요 대학으로 넓혔다. 고려대 재학생 허모(24)씨는 “연세대 재학생이라는 사람과 소개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연세대생이 아니었다”며 “그런 식으로 속을 일이 없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상대의 신원이 보장되고, 서로 비슷한 환경을 경험한 만큼 쉽게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과도한 학벌주의, 엘리트주의의 산물이란 지적도 있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한 대기업에 다니는 우모(30)씨는 “지방대 출신은 아무리 노력해서 성공해도, 결국 배제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결혼에서 상대방의 조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취업난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새로운 집단에서 상대를 찾기보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를 찾으며 집단 의식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