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들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일주일 새 30.2% 포인트 하락한 33.6%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그간 연령대별 남녀 계층에서 문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던 20대 여성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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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3% 포인트 하락한 36.7%였다.

특히 연령별로는 18세 이상 2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2% 포인트 하락한 33.6%를 기록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16.2%에서 19.3%로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이 업체가 18세 이상 20대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 여론조사를 발표한 것은 2월 4주차 여론조사부터인데, 이 때만해도 문 대통령의 20대 여성 지지율이 58%였다.

◇ “페미정부라더니 박원순엔 침묵”

이런 지지율 변화를 반영하듯, 젊은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도 변화가 감지된다. 임기 초 문 대통령에 대한 찬양 일색에서 벗어나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여권발 성추문 사건이 터져 나왔는데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한 문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졌던 점,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난과 일자리에 불만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인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회원은 “완전무결한 페미니즘 정부를 기대한 것도 아닌데, 박원순 성추행하고 죽고 그 뒤 행보가 자한당(국민의힘 전신)이랑 다를 게 뭐야?”라고 했다. “피해 호소인 타령만 않았어도” “능력도 없으면서 페미니스트 행세하더니 정의로운 척만 했다” 같은 반응도 있었다.

코로나발 고용 한파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문 대통령에 대한 성토글도 부쩍 늘었다. “문재인 집권하고 2030 싱글여성 처우 보면 답 나오지” “일자리 건드린 게 최악이라고 생각. 안 그래도 불리한 취업시장에서 여자들 설 자리 없어짐” “요즘 살기 힘들다고. 문재인 되고부터 내 삶이 너무 피폐해졌다” 등이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1년 2월 고용동향을 보면 20~29세 여성의 고용률은 56.6%로, 작년 동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다음 카페 '여성시대'

그간 20대 여성은 ‘반문(反文)’ 성향이 강한 같은 또래 남성과는 달리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간주돼 왔다. 2018년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은 문 대통령에 대해 부정 평가(44%)가 긍정 평가(38%)를 앞질렀으나, 20대 여성은 긍정 평가(61%)가 부정 평가(2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박원순 사건’과 부동산 등 실정(失政)이 콘크리트 여심(女心)에 균열을 가져온 셈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 '여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