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입수한 59쪽짜리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2016년 하반기부터 작년 2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늦은 밤 시간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늘 내 옆에서” 등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런닝셔츠만 입은 상반신 사진과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낸 사실도 나와 있다. 결정문에선 박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피해자의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진 사실도 인정됐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안 데려가는 남자가 있다니 이해가 안 가, 세계 최고의 신붓감인데요” “너랑 일했을 때가 좋았다, 우린 특별한 사이잖아”라고 보낸 메시지를 봤다는 주변인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인권위는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사진·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진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서울시장과 비서라는 권력관계 및 사회적 지위 격차로 인해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싫은 기색이나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심기와 컨디션을 보살펴야 하는 비서 업무의 특성상 상사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직급이 낮은 여성 비서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며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은 업무상 관계에 있는 부하 직원을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합리적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작년 7월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한 인권위는 지난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성 관련 사건의 결정문 전문(全文)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에 따라 포괄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최근 피해자 측에 결정문 전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