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은 주로 숙소에서···심할 땐 그 충전기 선이랑···뭐 그런 걸로 감아서 팔이나 가슴이나 때리고···티가 나면 뭐 위에 긴 팔 입으라고···.”(중학교 남자 양궁 선수)

“빨래, 심부름, 청소 등은 당연히 후배가 해야죠. 코치님들 일 담당하는 애들도 한 명 지정하기도 하고···선배들이 화장실, 복도 청소하라고 하죠.”(중학교 남자 야구 선수)

“부모님들이 그냥 참아라. 3학년들 형들 끽 해봤자 1년 남았고···너도 후배들한테 그럴 수 있고···너가 멍들고 뼈 부러지고 그런거 아니면···.”(고등학교 남자 축구 선수)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11월 초·중·고 학생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전수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담긴 학생 선수들의 증언 중 선수간 폭력 관련 내용만 추린 것이다. 당시 조사 결과에는 피해자가 폭력을 받아들이면서 가해자가 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선배가 그랬듯이 저희도 가면 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고···선배들도 이렇게 했으니까 저희도 이제 그냥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폭력행사) 그렇게···운동하는 사람들은 처 맞아야지 정신을 차립니다.” 폭력의 내면화와 되물림이 가장 큰 문제다.

일러스트=정다운/조선일보DB

지난 2월 초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25) 쌍둥이 자매가 학창 시절 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이후 축구와 야구 등 여러 종목에서 학창 시절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9년 빙상 조재범 전 코치 사건, 2020년 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체육계는 전수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정상적인 등교가 어려웠던 작년에도 학생 선수 관련 폭력 사건은 반복해서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시도별 학생 선수 학교 폭력 사안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학생 선수 관련 학교 폭력 사건은 총 330건이다. 학생 선수간 폭력은 124건,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간 폭력은 206건이다. 교육부는 “코로나 상황으로 학교 단위 취합 과정에서 일부 누락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생 선수 관련 폭력 사건이 더 있을 수 있단 얘기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초·중·고 학생수는 534만6882명이다. 이중 학생 선수는 5만9401명으로 전체 학생수 대비 1.1%다. 2020년 전체 학교 폭력 사건(9370건)에서 학생 선수 관련 학교 폭력 사건(330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달했다. 전체 학교 폭력 사건에서 학생 선수 관련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이지만, 전체 학생 대비 학생 선수 비율을 생각하면 많다.

2019년, 2020년 전체 학교 폭력 사건과 학생 선수 관련 학교 폭력 사건 감소폭을 비교해도 학생 선수 폭력의 심각성을 볼 수 있다.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태로 등교 일수가 줄면서 전체 학교 폭력 사건이 9370건으로 2019년 2만7381건에 비해 65.8% 줄었다. 하지만 학교 선수 관련 폭력 사건은 2019년 490건에서 2020년 330건으로 32.7% 감소하는데 그쳤다. 학생 선수간 폭력 사건은 2019년 238건에서 2020년 124건으로 47.9%, 학생 선수와 일반 학생간 폭력 사건은 2019년 252건에서 2020년 206건으로 18.3% 감소했다. 경기 지역의 경우 학생 선수 관련 폭력 사건이 2019년 92건, 2020년 86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