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 입학 논란 관련 부산대에 사실 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그 동안 부산대는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조치하겠다며 판단을 미뤄왔다. 그러나 조씨가 부산대 입학에 활용한 스펙 중에는 이미 발급기관에서 허위라며 취소한 것도 포함됐기 때문에 뒤늦은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오전 열린 18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해 “대학이 학내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조사한 후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대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조만간 조사 계획 등 구체적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허위 확인서 발급 교수는 이미 징계 받았는데, 법원 판단 기다린 부산대?

문제가 되는 조씨의 경력은 크게 2가지다.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발급기관에서 일찌감치 허위 사실로 인정한 것들이다. 발급 기관에서 발급해준 적 없다는 스펙이 입시에 쓰였기 때문에 ‘무죄 추정 원칙'을 감안하더라도 각 대학에서 부정 입학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조씨가 입시에 활용한 ‘단국대 논문 제1저자 등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활동’ 은 2019년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해당 기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치했다. 그러나 해당 스펙을 평가에 활용한 고려대와 부산대는 “법원의 최종 판단 후 결정하겠다”며 판단을 미뤘다. 해당 스펙을 발급 받도록 도운 관계자는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았지만, 정작 수혜자인 조씨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셈이다.

본지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IST는 작년 2월 조씨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이광렬 전 기술정책연구소장을 징계했다. 징계사유는 ‘사무분장 규정, 책임완수의 의무, 품위유지의 위반'이다. KIST는 논란이 불거진 2019년 10월 이 전 소장을 기술정책연구소장직에서 보직해임 하고 계산과학연구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당시 보직해임은 이 전 소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KIST는 보직해임 후에도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징계위를 열었다.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조씨는 2011년 연수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활동을 그만두었다. 2년 뒤 정경심씨가 인턴확인서를 발급 요청하자, 이 전 소장이 기간을 3주로 부풀린 확인서를 만들어줬다. 단 이 전 소장은 인턴 활동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징계위는 징계수위를 ‘견책’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전 소장이 국무총리 표창,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은 경력이 있어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한다며, 경고조치인 ‘불문’으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했다. 조 씨가 KIST 인턴 활동 경력을 부산대 의전원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사실은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2015년 부산대 의전원 모집요강은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면 불합격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산대 의전원 건물/최효정 기자

◇'단국대 논문'은 생기부에 올라...한영외고도, 평가 반영한 고려대도 침묵

논란 당시 대한병리학회에서 취소한 단국대 논문도 마찬가지다. 대한병리학회는 2019년 9월 조 씨가 제 1저자로 등재된 해당 논문을 취소하고, 한국연구재단에 ‘연구 부정행위에 의해 논문 게재를 취소했음을 알려드린다’고 통보했다. 또 조씨를 포함해 저자로 등재된 6명에 대해 2022년 9월까지 해당 학술지에 투고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단국대에도 이 내용을 통보했다.

‘단국대 논문 제1저자’ 경력은 검찰 수사 결과 조씨가 한영외고 생활기록부에 기재한 것이 밝혀졌다. 조 씨가 지원한 고려대 2010학년도 세계선도 인재 특별전형은 1단계에서 고등학교 생기부를 60% 반영한다. 즉, 허위 경력이 기재된 생기부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와 한영외고 역시 논문이 취소된 지 1년 6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

황보승희 의원은 “조민의 생활기록부는 한영외고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통해서만 정정이 가능하다”며 “객관적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조만간 교육당국과 한영외고에 조민의 생기부 정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