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권센터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취재 기록을 담은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책에 대해 “2차 가해의 집약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25일 성명을 내고 최근 출간된 손 기자의 저서 ‘비극의 탄생’에 대해 “기자로서 가져야 할 취재윤리를 어긴 책이자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2차 가해의 집약체”라고 했다.
손 기자가 책 집필 과정에서 취재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명은 “취재원이 기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했다 하더라도, 후에 보도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취재원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 하지만 손 기자는 취재원의 증언을 동의도 받지 않고 책에 실었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취재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용하는 일은 기자윤리에 어긋난다”고 했다.
성명은 “기자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진실을 취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실을 드러내는 취재 행위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결과”라며 “그러나 이는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과 명백히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일반 사회 여론과 동떨어지고, 검증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사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없으며 취재 행위로는 더더욱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센터는 “손 기자는 피해자가 박 시장과 주고받은 내용물이 공개된다면 사건의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며 “이미 성희롱으로 판단된 사안을, 본인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검열하려고 하는 태도다. 매우 폭력적”이라고 했다.
이어 성명은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끊임없이 기자가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의문을 던지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기자가 취재를 통해 보도한 내용은 생산자가 기자라는 이유로 신뢰성과 객관성을 담보한다”며 “(저자가) 기자라는 직업에 기대 시대에 뒤떨어지는 개인 의견을 취재기로 둔갑시킨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극의 탄생’은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에 출입했던 손 기자가 지난 19일 펴낸 책이다. 손 기자는 최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신만이 안다”며 “피해자가 ‘여자 황우석’에 버금가는 일을 저질렀다고 본다”고 했다. 또 “박 시장의 신원(伸寃·한을 풀어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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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저자는 “언론인권센터에겐 보도대상자의 인권이 더 중요할지 몰라도, 사실을 알림으로써 사회전체가 얻을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 ”법원과 인권위에 의해 검증된 사실을 ‘부정’한 게 아니라 반박 자료를 제시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