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유세현장에서 통역사 지망생에게 인공지능(AI) 번역 스타트업을 일자리로 추천해 구설에 올랐다.

/YTN

박 후보는 지난 26일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유세를 하다 통번역대학원을 다닌다는 두 학생을 만났다. 박 후보는 “일자리가 (그 분야에) 많이 있어요?”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없어서)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그러면 제가 일자리를 하나 소개해드리겠다”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이어갔다.

“스타트업인데요, 통역을 번역해서 올리면, AI가 제일 흐름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을 해서 돌리니까 번역 속도가 무지하게 빠른 거죠. 직원으로 고용을 하게 되면, 임금 부담이 굉장히 있는데, 플랫폼 형태로 해가지고 번역을 하니까 더 빠르고, 정확한 번역을 해서, 번역료도 여러 사람한테 해서 기회가 돌아가는...”

이 장면을 YTN이 29일 ‘돌발영상'으로 소개하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YTN은 이 장면에 ‘퀴즈: AI 기반의 영상 번역 플랫폼은 통역가에게 좋은 일자리일까? 아닐까?’라는 자막을 달았다.

지난 26일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영선 후보가 선거유세 중 통.번역대학원생에게 AI 기반의 번역 플랫폼 스타트업을 설명하고있다.

지난 25일 ‘편의점 알바’ 체험 당시 했던 발언도 재조명됐다. 당시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체험에 나선 박 후보는 체험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기부 장관을 하면서 스마트상점과 무인 수퍼를 보급·확산시켰다. (편의점) 점주에게 이런 것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편의점이) 무인으로 운영되면, (아르바이트 직원은)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편의점 주인은) 밤에 올라간 매출만큼 (직원에게 급여를) 더 지불을 하면 된다”며 “그러면 점주도 좋고 알바생도 좋아진다. 알바생이 덜 피곤하니까 손님한테 더 친절할 것”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이 어려워질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무인 자동화’ 등을 언급하며 잇따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급 발언'이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본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당시 전체적인 맥락과 다른 방향의 기사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 측은 영상에 나오는 ‘퀴즈: AI 기반의 영상 번역 플랫폼은 통역가에게 좋은 일자리일까? 아닐까?’라는 자막과 관련, “박 후보가 언급한 스타트업은 ‘AI 기반의 영상 번역 플랫폼’이 아니라 ‘AI 기반 크라우드소싱 자막제작 플랫폼’”이라며 “AI는 한글 자막을 만들고 그 자막을 클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번역가들이 번역하는 업체다. ‘AI 번역 업체’가 아니라 ‘AI 자막 업체’”라고 했다.

25일 밤 12시 56분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편의점 앞 취재진들 앞에서 이날의 소감을 브리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