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연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을 놓고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이라고 분석했는데, 진 전 교수가 이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준석(왼쪽)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연합뉴스

발단이 된 건 지난 9일 이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적은 페이스북 글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유시민씨 같은 분은 ‘남성이 축구 보고 롤(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하느라 여성보다 공부를 안 하니 여성보다 불리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나 해댔다”며 “박원순 시장 성추문 앞에 서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만족하지 못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피해호소인 이야기를 하니까 페미니스트 표도 달아나서 20대 여성층에서 군소 후보에게 15%를 뺏긴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 7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 중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은 22.2%로 전 연령과 성별 중 최저 수치였다. 20대 여성에선 박 후보가 44.0%로 오 시장(40.9%)을 앞섰다. 20대 여성은 기타 정당 후보 지지율이 15.1%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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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최고위원은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 10만원 줘도 안 되고요, 지하철 요금 40% 할인해줘도 안되고요, 데이터 5기가 줘도 안 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게시물에 댓글로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그건 50대 이상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2030의 인식이 달라서 그래요”라고 대응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다시 “뭘 크게 착각한 거 같은데, 계속 그렇게 해봐라. 말 한 마디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어줄 테니까”라고 경고 메시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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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최고위원은 11일엔 “‘페미니스트 선언' 한 사람들이 그 선언만으로 ‘한남(한국 남자의 줄임말)’보다 도덕적으로 더 존경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이라며 “원래 내용적으로 아무것도 없으면 용어 하나에 소속감을 얻고 자신이 그 용어만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한다. ‘깨어있는 시민’ 같은 거만 봐도 자명하지 않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페미니즘을 하면) 트렌디하고, 안 하면 반동인 듯 묘사하는 순간 싸움 난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게시물에도 댓글을 달았다. “적을 만들지 말고 친구를 만들어야지. 자꾸 증오나 반감을 이용하는 포퓰리즘만 하려 하니. 다 적으로 돌려서 어쩌려고”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여기에 “반감 이용 안 해요. 그냥 온건한 간섭주의자 정도의 스탠스”라고 답했다.